김도훈, '무빙'과 함께한 사계절 [TF인터뷰]


이강훈 역으로 활약…김성균과 뭉클한 부자 '케미'

배우 김도훈이 디즈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11개월이라는 긴 촬영 기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막강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은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배우 김도훈에게 있어 '무빙'은 소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극본 강풀, 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가운데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김도훈은 극 중 이재만(김성균 분)의 아들로 초인적인 속도와 힘을 물려받은 이강훈 역을 맡았다. 김봉석(이정하 분), 장희수(고윤정 분)와 함께 정원고에 속해 있으며 비상한 두뇌를 자랑하는 반장이다.

오디션을 통해 '무빙'에 합류하게 된 김도훈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원작에 관해 잘 몰랐단다. 오히려 함께 있던 친구가 더 흥분해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김도훈을 붙잡고 설명을 늘어놨다. 그날로 집에 가자마자 원작을 몰아봤다.

김도훈은 "대외적으로는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 액션물이라는 점이 부각됐지만, 사실 그 안에는 휴먼적인 이야기가 가득하지 않나. 끌릴 수밖에 없었고 재밌었다. 심지어 너무 좋은 선배님들이 대거 출연하지 않나. 막상 오디션장에 들어가니 너무 출연하고 싶은 나머지 온몸이 떨렸다. 감독님이 어디 아픈 줄 알고 걱정했을 정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김도훈이 디즈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모든 역할을 열어두고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김도훈은 처음부터 이강훈이 끌렸다. 이유는 명쾌했다.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강훈을 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다.

김도훈은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어야 연기를 할 때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강훈은 그럴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매력 있는 친구였다. 말은 많지 않지만, 자신만의 신념과 의지가 확실한 면모들이 멋있었다. 아버지와 관계나 서사도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을 때까지 2~3달 정도 걸렸어요. 큰 작품이다 보니 오디션을 많이 볼 줄 알았는데 전 딱 한 번 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다행히 확정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죠. 다만 아직까지도 감독님께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물어보지 못했어요. 물론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시큰둥한 대답이 나올까 봐 무섭더라고요.(웃음)"

김도훈은 '강훈이 되고 싶었던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감을 증명하기 위해 하나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웹툰 자체가 디테일하게 그려졌던 터라 외적인 부분은 최대한 웹툰 속 인물에 맞췄다. 여기에 캐릭터 능력상 초인적인 속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거운 몸보다 가벼운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평소보다 더 날렵한 몸으로 가꿨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체중까지 감량됐다.

김도훈은 "식단과 운동을 해서 그런지 신경 안 쓰고 있다 촬영 시작 두 달 후에 인바디를 재보니 10kg 정도 빠져 있었다. 특히 체지방이 15%에서 6%까지 떨어졌더라"고 전했다.

"촬영장에서 밥 먹을 때 정말 재밌었어요. 저는 따로 밥차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닭가슴살과 밥, 야채만 먹었거든요. 반면 정하는 한 시간마다 계속 먹고 있는 거예요. 저는 정하에게 속 괜찮냐고 물어보고 정하는 제게 반찬을 챙겨주는 등 서로가 서로를 걱정했죠. 당연히 촬영 끝나자마자 뺀 만큼 다시 쪘습니다. 오히려 지금 체지방은 20%가 넘을지도 몰라요.(웃음)"

배우 김도훈이 디즈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면 내면적으로 다가갈 때는 나름의 고충이 많았다. 특히 김도훈 성격상 고민과 걱정이 많은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이강훈이란 인물이 답답할 때도 있었단다. 그러나 강훈이란 인물에게 다가갈수록 설득됐고, 그 후에는 저절로 이해가 됐다. 나중에는 실제 친구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안쓰럽기도 했단다.

특히 '감정선'은 큰 숙제였다. 김도훈은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강훈이가 표현이 서툴다 보니까 다양한 표정을 내비치기보다는 속으로 많이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드라마다 보니 나는 표현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 선을 유지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김도훈이 무빙하면서 얻게 된 가장 좋은 피드백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었다. 항상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실행이 어려웠는데 그 벽을 깨준 것이 박인제 감독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았다. 연기에만 집중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게 더 적합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박 감독은 김도훈에게 촬영에 앞서 기습적으로 디렉팅을 줬다.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던 김도훈으로서는 따르면서도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감독님께서 일부러 그랬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을 안 하고 내뱉을 때의 제 연기가 좋다면서요. 감독님의 뜻을 알고 후부터는 연기를 할 때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무빙' 후반부 촬영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뿐만 아니라 차기작에서도 연기하는 게 한결 편해졌어요. 저에게 필요했던 피드백이자 설루션이었죠."

배우 김도훈이 디즈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빙'에는 류승룡 조인성 김성균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동한다. 김도훈 입장에서는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성균과 '부자' 호흡을 맞춘 김도훈이다. 두 사람의 '케미'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김도훈은 "생각과 달리 아버지와 찍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자신을 한없이 챙겨주고 배려해 준 김성균이라며, 그의 따뜻함을 전파하며 결국에는 눈시울까지 붉혔다. 그는 "만나기 전부터 동료 배우들에게 너무 좋은 이야기만 들었다. 역시나 친절하고 나처럼 한없이 어린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아름답게 해주는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아버지랑 말이 없는 캐릭터인데 서사는 있어야 하다 보니 선배님께서 편해지는 시간을 갖자고 하셨어요. 4개월 지나서야 아버지랑 붙는 신을 처음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간이 도움이 됐죠. 그뿐일까요. 촬영장에서 만날 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매번 좋은 말만 해주시는데, 고민이 많았던 저에게 큰 힘이 됐죠. 하루는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저만의 촬영임에도 카메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제 눈을 마주치며 호흡을 해줬어요. 아버지를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어려운 장면이었는데 아버지가 큰 힘이 됐어요. 촬영 전부터 촬영 중, 끝난 지금까지도 제게는 너무 감사한 아버지이자 선배님입니다."

실제 부모님의 반응도 궁금했다. 잘큰 아들이 자랑스러울 테니까 말이다. 이에 김도훈은 "가족 모두 너무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반응을 꼭 전하고 싶은 그였다. 김도훈은 "워낙 가족들 모두가 궁금해했던 작품이었다. 어머니가 원래도 눈물이 많은 편인데, 시사를 끝내고 집에 갔더니 울고 계시더라. 제게 '고생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어머니는 '무빙'뿐만 아니라 제가 데뷔해서 7년의 세월을 돌이켰던 것 같다"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20부작 중 이제 반 공개된 '무빙'이다. 아직 후반부가 남은 만큼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김도훈은 직접 관전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아이 같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에요. 액션적인 면에서도 멋있기보다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 우선인 장면이 있어요. 그동안 각 잡혀 있던 친구가 정말 나이에 딱 맞는 아이 같은 모습을 드러내죠. 그런 면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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