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밀수'를 시작으로 '더 문'과 '비공식작전'에 이어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한 주 간격으로 스크린에 걸리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다. 이른바 '빅4'로 불리며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경쟁을 벌인 네 작품은 상반된 성적을 내며 희비가 명확히 교차했다.
먼저 '밀수'(감독 류승완)가 지난달 26일 스크린에 걸리며 올여름 대전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작품은 개봉 4일째 100만 명, 7일째 200만 명, 11일째 300만 명을 돌파하며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을 제쳤고, 적수 없는 흥행 독주를 펼쳤다.
이에 힘입어 개봉 17일째 손익분기점(400만 명)을 돌파했고, 5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로써 '밀수'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의 뒤를 이으며 올해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 중이고,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2021)에 이어 2년 만에 또 한번 여름 극장 사냥에 성공했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여성 투톱을 전면에 내세운 '밀수'는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으로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을 선보였다. 류승완 감독의 특기인 액션은 시원함을 선사했고,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197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은 복고풍 감성을 자극했다. 이후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로 실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탔고, 개봉 2주 차에도 흥행을 이어가며 여름 대전의 승기를 거머쥐었다.
'밀수'가 산뜻하게 출발한 반면, 뒤를 이은 '더 문'(감독 김용화)와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결과적으로 '비공식작전'은 100만 명의 문턱을 힘겹게 넘겼고, '더 문'은 50만 명에서 멈췄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이 약 6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흥행 참패다.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흥행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첫 우주 프로젝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우주 생존 드라마다. 할리우드 SF 영화에 들어가는 제작비의 10분의 1로 촬영부터 VFX(시각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4K로 작업했고, 달이라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세계를 실감 나게 묘사하며 놀라운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결국 지나치게 익숙하고도 뻔한 이야기가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캐릭터들의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진부한 설정과 억지 감동 코드 등 과한 신파 요소가 문제였다. 볼거리는 충분했지만, 스토리에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장르의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평가된다.
'비공식작전'은 실관람객 평점이 가장 높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105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만족도가 높지만, 영화를 보러 가게 하는 동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관객들은 개봉 전부터 우려의 이유였던 기시감을 지우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정우와 주지훈은 '신과함께' 시리즈부터 티빙 '두발로 티켓팅'까지 두터운 친분을 보여줬던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지극히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탈출기라는 소재는 '모가디슈' '교섭'(2023)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에 한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관객들이 작품을 보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날 개봉했던 것도 중 하나지 않을까 싶다. 두 작품 모두 여름에 개봉해야 했고, 각자의 입장과 나름의 전략이 있었겠지만 결국 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빅4'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밀수'의 흥행 배턴을 이어받으며 개봉 첫날 23만 명을 동원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누적 관객 수는 295만 명(24일 오후 6시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난 15일 개봉한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내줬지만, 꾸준한 속도로 차곡차곡 관객 수를 쌓아가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고 손익분기점은 410만 명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더 문'과 '비공식작전'에 비하면 가능성은 있다.
치열했던 올여름 대전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현재까지 단 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대작 중 가장 흥행한 '한산: 용의 출현'(726만 명)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또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지난해 흥행에 실패했던 '외계+인' 1부(153만 명)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해 여름의 '빅4'보다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올해 극장가다. 이를 본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작년보다 올해 개봉한 작품의 편수가 더 많았다. 쌓인 영화가 많고, 올해나 내년에 무조건 개봉해야 했다 보니까 이번에도 개봉 시기가 몰렸고 결국 출혈 경쟁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작년 여름에 4편으로 약 150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는데, 올해는 작품 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는 줄어들었다. 태풍도 왔고, 사회적으로 흉흉하다 보니까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에도 영화가 몰렸는데, 여름 시장을 보고 잘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