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트로트 오디션 가수들의 '예능 희화화' 기현상


음악적 승부 보다 '예능 위주' 장기 자랑 '얼굴 알리기'에 급급
'화밤' '미스터 로또' '귀염 뽕작원정대' 등 유사프로그램 봇물

국내 방송가에 음악 오디션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왼쪽부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장민호 전유진.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스타탄생이다.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친 만큼 무엇보다 주목도가 높다. SNS를 통해 뿌려지는 해외 유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 중엔 더러 해외토픽감을 능가할 탁월한 기량으로 눈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들의 탤런트적 폭발력은 물론 땀의 대가다. 끝없는 훈련을 거친 고통과 노력의 산물이기에 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 NBC가 방영하는 리얼리티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다. 우승 상금 백만 달러를 목표로 노래, 춤, 차력, 마술, 성대모사, 과학기술 등 도전자들이 특별한 재능을 뽐내는 초대형 콘테스트 쇼프로그램이다. 일정한 주제를 정해놓고 펼치는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 달리 장르 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은 건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다.

오디션을 거친 라이징 가수들이 음악적 승부가 아니라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TV에 자주 노출되면 커버송만 불러도 행사 페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TV조선 화밤

◆ 대중적 인지도와 가수로 실력 인정받는 건 별개 문제

국내 방송가에 음악 오디션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SBS 출신 서혜진 PD(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가 연달아 히트시킨 이 두 프로그램은 종편채널의 독보적 상징브랜드로 아로 새겨져 있다. 이후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즌2와 '불타는 트롯맨'(MBN) 등이 방송되면서 트로트 라이징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트로트 뉴페이스가 등장하고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이들을 활용한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도 봇물이 터진 것처럼 쏟아졌다.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화) '미스터 로또'(목) '귀염 뽕작원정대'(월), MBN '불타는 장미단'(화), SBS Fil '더트롯쇼', MBC ON '트롯챔피언' 등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만 무려 6~7개에 이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차고 넘치면 식상하다못해 지겹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즌2와 불타는 트롯맨(MBN) 등이 방송되면서 트로트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미스트롯 시즌 1, 2를 통해 인기를 거머쥔 홍지윤 김다현 양지은 송가인(왼쪽부터). /더팩트 DB

◆ '기성 가수 커버곡'으로 행사 페이 더 받는 '왜곡' 현실이 '희화화' 부채질

오디션을 거쳐 소위 '스타가수'로 언급되는 이들이 음악적 승부가 아니라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고 있는 현실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TV에 자주 노출되면 자신의 히트곡 없이 커버송만 불러도 행사 페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심지어 레전드 가수들의 두 배 몸값을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다. 수십년 인기 사다리를 타고 달려온 태반의 기성 가수들이 한숨을 내쉬는 건 이런 왜곡된 현실 때문이다.

가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래다. 가수는 히트곡을 내고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그 자체만으로 멋지고 아름답다. 무대 위의 가수가 무한 갈채를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쌓이는 것과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디션에 참여했던 재기발랄한 트로트 신인들이 가수의 본질을 외면한 채 코미디 예능에 내몰리고 갈수록 스스로를 희화화(戱畵化)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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