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경력 단절'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짠하게 풀어낸 '잔혹한 인턴'이 베일을 벗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극본 박연경, 연출 한상재) 제작발표회가 8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됐다. 행사에는 한상재 감독을 비롯해 배우 라미란 엄지원 이종혁 김인권이 참석해 질의응답에 임했다.
작품은 7년의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사회생활 '만렙' 경력의 경험치로 불태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한 감독은 주위에 경력 단절로 힘들어하는 학부모들의 애환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이들의 현실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력 단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가 출산 후가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이다. 저학년이 지나고 고학년이 되면, 경단녀들이 사회에 나가려고 해도 막상 갈 곳이 없다.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 감독은 "'잔혹한 인턴'은 오피스물이자 엄마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무거운 주제로 시작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내려고 했다. 사이다가 들어간 오피스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라미란은 7년간 잊고 있던 자신의 이름과 자리를 되찾기 위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고해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극 중 고해라는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전 회사 동기로부터 인턴직을 제안받고 수락하게 되는 인물이다.
이에 라미란은 인물이 갖고 있는 열정에 집중했다고. 그는 "경력 단절은 엄마나 여성뿐 아니라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겪은 후에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고해라가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1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부에서 고해라가 무언가를 해야 되는데 마음속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손을 놓는다. 그래서 후회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해라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지원은 세련되고 도회적인 상품기획실 실장 최지원으로 분한다. 카리스마와 리더십까지 갖춘 최지원은 냉정한 포커페이스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으며, 신입직에 지원한 전 회사 동기 해라를 면접장에서 만나 자신의 팀 인턴으로 취업시키고 달콤하면서도 잔혹한 제안을 건넨다.
오피스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엄지원은 "하고 싶었던 장르 중 하나였는데 마침내 하게 됐다. 감독님을 향한 신뢰도 있었다"며 "오피스 물이지만, 코미디가 섞여서 밝고 유쾌하면서 또 애잔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엄지원은 극 중 캐릭터의 이름이 최지원인 것을 보고 "나를 염두하고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더라"고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는 "주위에 성공을 위해 일상을 포기한 사람을 볼 수 있다. 나이는 먹고, 일은 잘하지만 외로운 사람을 대변하려고 했다"며 "센 캐릭터고,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욕하면서 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미란과 엄지원은 영화 '소원'(2013) 이후 10년 만에 '잔혹한 인턴'으로 재회했다. "그동안 연락을 끊고 살지 않았다"고 운을 뗀 라미란은 "10년 만에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나서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작업하니까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엄지원은 "'소원'할 때 서로 잘 맞아서 배우로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며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었는데 기회라는 게 자주 오지 않다 보니까 이제서야 만나게 됐다. 둘 다 10년 버틴 것도 대단하지 않냐"고 훈훈함을 안겼다.
이종혁은 고해라의 남편 공수표 역을 맡아 라미란과 부부 호흡을 맞춘다. 극 중 공수표는 해라와 결혼생활 15년 동안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오롯이 직장 생활에 충실하다가 실직당한 인물이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 남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자신한 이종혁은 "보면 눈물을 흘릴 거다. 연기하면서도 짠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라미란과 호흡에 관해 "정말 잘 맞았다. 지질한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짠하지만 사랑스러운 국민 남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인권은 마켓하우스 과장 소제섭을 연기한다. 해라가 잘나가는 MD였던 시절, 그의 팀원이었던 제섭은 혼나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애증의 감정이 쌓였던 제섭은 과장이 된 후, 자신의 팀에 인턴으로 들어온 해라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김인권은 라미란과 '톰과 제리' 같은 호흡을 펼치며 극에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이날 김인권은 "극 중 재섭이 막내 직원에게 '월급 들어왔는데 팍팍 써라. 결혼하면 못 쓴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문득 떠오른다"고 말했다. MC 박경림이 이유를 묻자 김인권은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김인권은 "6회까지 먼저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런데 6부 이후가 더 재밌다더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한 감독은 "고해라의 버티고 견디며 살아나는 생존기를 봐 달라"고, 라미란은 "등장하는 캐릭터 중 분명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엄지원은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을 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종혁은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분이 남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짚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잔혹한 인턴'은 오는 11일 티빙에서 첫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