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이제 떠나가는 그대 모습 뒤로/ 아직도 못다한 나만의 얘긴 흐르지만/ 다시 언제까지 나만의 미련으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하기 싫었어(중략)/ 내 사랑 goodbye goodbye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사랑한다는 흔한 말보다 더 진실함을 이해해'
가사에서부터 와닿는 의미가 심오하다. 떠나려 하는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다. 분명한 건 예전 그대로는 아니다. 기억 속의 그를 두번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만으로 그 어떤 이별보다 가혹하다.
가수 이범학이 1991년 발표한 이 곡은 당시 KBS 가요톱텐 10월 3째주, 10월 5째주, 11월 1~3째주 1위로 골든컵을 수상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FT아일랜드와 SG워너비가 리메이크해서 불러 또 한번 리바이벌 히트한 노래다.
'이별 아닌 이별'(오태호가 작사 작곡)은 원래 이범학이 그룹 시절 발표했다가 솔로가수로 들고 나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케이스다. 이범학은 85년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다 록 음악 그룹 이색지대의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그룹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워낙 잠깐이었던데다 솔로로 독립한 뒤 1집 '이별 아닌 이별'을 히트시키며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곡으로 그는 그해 10대 가수상과 신인가수상을 수상했다.
안타깝게도 이범학은 전성기가 극히 짧았다. 1집 '이별 아닌 이별'이 히트한 직후 싱글 '이젠 안녕'과 2집 '마음의 거리'를 냈지만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의 불운은 소속사와의 갈등이 결정적 독이 됐다. 그는 "1집 때는 계약서도 없이 활동할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2집을 낸 뒤에도 결국엔 여러 제약이 뒤따랐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그는 직접 음반 제작에 나서기도 했지만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츰 잊혀져갔다. 긴 공백을 깨고 2012년이 돼서야 '이대팔'이란 트로트곡을 내며 가수활동을 재개했다. 2집을 낸 이후 무려 20년만이다.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탈출 성공 빠삐용') MBN '특종세상' 등에 출연하면서 궁금했던 근황도 소개됐다.
그는 일산 마두동에서 아내와 함께 2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만두전골 칼국수 집과 쌈밥 갈비찜 식당은 지역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코로나 직전까지 운영했던 해물 음식점은 채널A의 '아빠본색'과 KBS2 '살림남'에서 동료연예인들이 가게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범학은 "요즘 로운 곡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면서도 "다 내려놓고 작은 일에도 만족하며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에 조예가 깊은 아내의 일을 도우면서 틈틈이 방송출연과 행사 무대에도 선다. 동료가수들과 협업해 조만간 선보일 '의미있는 노래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