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극 중 윤초원(하윤경 분)의 마음을 단번에 뺏더니, 시청자들까지 애타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배우들 사이에서 예쁨을 잔뜩 받았단다. 그럴 만했다. 배우 안동구의 매력을 확인한 순간 반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릴 일만 남은 '유죄 배우' 안동구다.
안동구는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극본 최영림, 연출 이나정, 이하 '이생잘')에서 문서하(안보현 분)의 10년 넘은 절친이자 비서로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따듯한 하도윤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전생을 기억하는 19회 차 인생 반지음(신혜선 분)이 꼭 만나야 하는 문서하를 찾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안동구는 기자가 오랜 기간 기다린 끝에 만나 배우였다. 지난 2020년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어린 차윤택 역으로 출연해 '울보 키링 남친'의 매력을 보여주더니,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는 의로운 군인 이수웅 역으로 반가움도 잠시 초반에 목숨을 잃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SBS '그 해 우리는', JTBC '설강화'를 통해서는 넉살 좋은 연기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며 색다른 매력까지 보여줬다. '이생잘'에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다.
이쯤 되니 안동구의 '진짜 모습'은 어떨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팩트> 사옥에서 실제로 만난 안동구는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으며 수줍음이 가득한 배우였다.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쭈뼛쭈뼛 인사를 건넨 안동구, 그런 그가 곧바로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인터뷰가 이뤄진 장소 특성상 테이블 간 간격이 꽤 있는 편이었는데, 이를 확인한 안동구는 "제가 다가면 될 것 같아요"라고 하더니 곧바로 테이블을 직접 옮겨 바로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몇 년간 다수의 배우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인터뷰 내내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안동구였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이다.
'이생잘'을 마치고 만난 안동구는 "긴 시간 촬영한 데다 공개되기까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다행히 예쁘게 잘 나왔고,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생잘'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안동구는 "세 차례 미팅을 거쳤는데, 그 과정에서 웹툰을 보게 됐다. 도윤이를 웹툰으로 먼저 만난 셈"이라며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다른 캐릭터들의 캐스팅이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팀에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행히도 감독님이 선택을 해줘서 기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두터운 팬층을 소유한 원작이 있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당연히 뒤따랐다. 안동구는 "웹툰도 그렇지만, 하도윤이란 캐릭터의 팬도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분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며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원작이 실사화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원작만의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 매력을 참고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 미리 웹툰을 보고 갔어요. 물론 드라마 속 도윤이는 또 다른 인물이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설정은 갖고 가야 하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너무 매몰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필요한 정도만 보고자 했죠."
안동구는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하는 하도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섬세한 부분까지도 신경 썼다. 그는 "도윤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극 중 인물들은 몰라야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게끔 해야 했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게 내 숙제였다"며 "미세할지라도 작은 부분들로 이를 나타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일부러 큰 제스처는 하지 않고, 눈길을 한 번 더 준다든지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일례로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는데, 이 역시 작은 몸짓만으로 도윤이의 감정과 상황을 대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극 중 유리컵이 깨져 문서하와 하도윤이 달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하도윤은 오직 윤초원만 바라보고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를 언급하자 안동구는 "의도한 행동이 맞다"며 "네 명의 주인공이 나오다 보니 내 모습이 주된 장면이 아니었는데 그럴 때도 하나하나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 보는 분들이 찾아내 주길 바랐는데 알아봐 주는 시청자들이 있을 때면 뿌듯했다"고 전했다.
안동구의 섬세한 노력은 제대로 통했다. '이생잘'은 메인 커플뿐만 아니라 서브 커플인 하도윤과 윤초원의 러브라인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랜 시간 하도윤을 짝사랑했던 윤초원은 자신의 감정을 거짓 없이 드러내는 인물인 반면, 하도윤은 신분 차이를 우려하며 마음을 꼭꼭 숨긴 채 윤초원을 밀어낸다.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을 애타게도 눈물짓게도 했다.
사실 적극적으로 사랑을 어필하는 것보다 마음이 점차 커지지만 애써 무시한 채 상대를 밀어내야 하는 하도윤의 감정 연기가 더 어려웠을 터다. 실제로 안동구는 "눈앞에서 초원이가 힘들어하는 걸 볼 때면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상처받고 돌아서는 걸 볼 때는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하도윤이라는 캐릭터가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단다. 그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온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너무 사랑스럽고 일도 잘하며 어렸을 때부터 나만 좋아하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나. 도윤이의 신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애썼다"고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안동구는 '이생잘'의 애정신이 유독 어려웠단다. 앞서 다른 드라마에서도 러브라인이 있었지만, 하도윤으로서 표현을 하려니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윤경은 안동구를 두고 "뚝딱거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도윤이라면 어떻게 스킨십할지 생각하니 대체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럴 때면 하윤경 누나가 많이 리드해줬죠. 제가 더 잘 나올 수 있는 각도도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준 덕분에 예쁜 장면이 나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뚝딱이가 아닙니다.(웃음)"
하윤경뿐만 아니라 신혜선 안보현에게도 많은 귀여움을 받았던 안동구다. 특히 안보현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안동구는 "내가 소심하고 낯을 가리다 보니 친해지는 데 있어서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오히려 형이 먼저 다가왔고, 집에도 초대해 줬다. 연락도 자주 하다 보니 빠르게 친해졌다. 지금은 장난도 칠 정도로 너무 친해졌다"며 뿌듯한 웃음을 보였다.
안동구는 '이생잘'을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로맨스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자신의 인생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목 자체에도 '생'이 있지 않나.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나 역시 지금 살고 있는 이 인생을 더 잘 살고 싶고, 이 순간을 더 잘 기억하고 싶으며, 지금 인연을 더 소중히 하자고 생각하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생잘'은 안동구에게 중요한 발자국으로 남게 됐다. 안동구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마음 깊이 새겼다. 그는 "30대가 된 후 '법대로 사랑하라'와 함께 처음으로 찍은 작품이다. 30대의 시작이라는 뜻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생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이 행복한 감정을 다시 나눠드려야 하는데 말이에요. 하루빨리 다음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 기대해 주고 기다려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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