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의 만남이 이번에도 통했다. '피랍'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블랙 코미디를 적절하게 버무린 두 사람의 '비공식작전'이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올여름 극장가에 펼쳐진다.
8월 2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다. '끝까지 간다' '터널' 등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1986년 1월 31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로부터 1년 8개월 후, 퇴근하려던 민준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수화기 너머로는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암호 메시지가 들려온다.
정부는 국면 전환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민준은 성공하면 미국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는 임무에 자원한다. 그렇게 레바논 땅을 밟은 그는 도착하자마자 몸값을 노리는 공항 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받고, 이를 피하면서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를 만나게 된다.
현지 갱단까지 민준의 돈을 노리며 쉴 새 없이 여러 위협이 닥치는 가운데, 그가 기댈 수 있는 건 돈만 주면 뭐든 다 하는 판수뿐이다. 의상부터 말투, 행동까지 극과 극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몸값을 노리는 세력들을 피해 납치된 외교관을 무사히 구출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공식작전'은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이 가운데 하정우와 주지훈의 힘과 합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결코 무겁게만 그려지지 않게 한다. 두 사람은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저승차사 듀오로 연기 호흡을 맞췄고, 티빙 '두발로 티켓팅'을 통해 '찐친 케미'를 발산했다. 이미 검증된 조합이기에 호흡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신선함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재회였다.
하지만 하정우와 주지훈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케미'로 유쾌한 버디 호흡을 완성한다. 앞서 하정우는 "연기하는 맛을 느꼈다"고 주지훈과 재회한 소감을 밝혔는데, 관객들은 '두 사람의 연기를 보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묵직한 하정우와 날카로운 주지훈, 극과 극 스타일인 두 사람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맛이 일품이다.
쫓고 쫓기는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만큼, 폐허가 된 빌딩과 광활한 대지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액션신은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판수가 운전하는 택시는 무장단체와 총격전을 벌이고 경사진 계단을 내달리는가 하면, 민준은 전깃줄로 몸을 묶어 건물 옥상을 내려간다. 또한 실화가 갖고 있는 요소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풍경부터 차량의 종류, 총탄의 위치 등 디테일을 살린 김 감독의 노력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나 '모가디슈' '교섭' 등 '해외에서 벌어지는 탈출기'라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이미 관객들과 만났던 만큼, '비공식작전'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을 쉽게 지우기 어렵다. 김 감독은 차별화된 재미를 자신했지만, 한국 영화 시장이 어려운 만큼 관객들이 선입견을 지우고 극장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비공식작전'은 '밀수'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여름 대작들과 경쟁한다. 후진 기어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는 민준과 판수처럼, 하정우와 주지훈의 '비공식작전'도 흥행 질주를 펼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세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