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로서 김건모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그런 그가 2019년 12월 김세의·강용석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의해 성폭행 가해자로 고발당하면서 치명상을 입는다.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 KBS·EBS·MBC·SBS 영구출연정지 명단에 오른다.
경찰수사 시작 1년 11개월여 만인 2년 뒤인 2021년 11월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억울함은 끝을 맺지만 상처의 후유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는 결국 가정도 깨지면서 대표적인 '연예계 미투 피해자 중 한명'으로 남았다.
김건모는 90년대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국내 가요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독특한 음색과 음악적 역량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들을 다수 발표했다.
대한민국 최단 기간 최다 음반 판매량 기네스 기록 소유자로, 94년 지상파 3사 연말 가요제와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까지 5대 가요 시상식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했다. 지상파 가요대상에서 이 기록을 보유한 가수는 김건모가 유일하다.
국내 역대 보컬리스트 순위를 매길 때 항상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작곡, 편곡, 피아노 등 다방면의 재능과 함께 하이톤의 까랑까랑하면서도 부드럽게 울리는 바이브레이션 보이스가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는 뛰어난 가창 테크닉이나 특유의 음색과 창법이 더해져 더 매력으로 와닿는 비결이 됐다. 그의 히트곡 중 '잘못된 만남'은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핑계'는 한국에 레게 음악이 유행되는 계기를 만든 노래로 그의 인생곡으로 남아있다.
'내게 그런 핑곌대지마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혼자 남는 법을 내게 가르쳐준다며/ 농담처럼 진담인듯 건넨 그 한마디/ 안개꽃 한다발 속에 숨겨둔 편지엔/ 안녕이란 두 글자만 깊게 새겨있어/ 이렇게 쉽게 니가 날 떠날 줄은 몰랐어'(김건모 '핑계' 가사)
'핑계'는 레게풍의 중독성 있고 신나는 멜로디와 헤어진 연인에게 따지는 듯한 귀여운 가사가 특징이다. 작사 작곡자 김창환은 김건모의 1집 '잠 못 드는 밤비는 내리고', 2집 '핑계', 3집 '잘못된 만남'으로 김건모를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준 주인공이다.
이 시기에 대적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노래는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조성모의 '아시나요', god의 '거짓말' 등이 있지만 가요상 5회 수상기록(5개의 대상과 두번의 골든컵)은 이 곡이 유일하다.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신월초등학교와 화곡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86년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국악을 전공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고 항상 음악 과목은 좋은 점수를 받는 등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해군 홍보단에서 근무한 김건모는 군 전역 후 91년 록 밴드 평균율의 키보디스트로 영입되면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인 92년 댄스 음악 그룹 노이즈의 1집 편곡을 담당한데 이어 정규 개인 음반 1집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