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 어느 때보다 1시간이 짧게 느껴진 인터뷰였다. 작품과 관련해 솔직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꺼냈고, 사생활과 직업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가치관까지 들려줬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대화였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배우 장동윤이다.
장동윤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악마들'(감독 김재훈)에서 연쇄살인마 진혁 역을 맡았다. 작품은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연쇄살인마 진혁과 형사 재환(오대환 분)의 대결을 그린 바디체인지 액션 스릴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장동윤을 만났다. 그의 작품은 많이 봤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기자에게 '편의점에서 강도를 잡고 연예계에 입성한 배우'에서 매 작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미지로 바뀐 장동윤은 실제로도 반전 매력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었다.
극 중 진혁은 무의미한 살인을 즐기는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자신을 쫓던 형사와 몸이 바뀌자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장동윤은 힙하고 화려한 외적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광기 어린 눈빛과 낯선 목소리 톤 등으로 피폐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동안 봐왔던 연쇄살인마와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였는데, 이에 그는 "철저한 감독님의 주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솔직히 힙합을 좋아하지 않아요. 감독님의 개취(개인 취향)죠. 그 외에 스너프필름이나 다크웹 설정이 과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벌어진다더라고요. 또 한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보면 예상치 못한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힙합을 좋아하는 젊은 연쇄살인마'를 납득했어요. 영화를 본 지인들도 (이러한 설정이) 거슬리지 않다고 했고, 저도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어요."
작품은 바디체인지와 액션 스릴러를 접목시켰고, 반전 장치를 녹여내며 이야기를 계속 비틀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이를 납득할 수도,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 전개였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기자의 말을 들은 장동윤은 "저도요"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반전 스토리가) 현실에서 가능하대요. 자백하게 만들 때 사용되는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납득하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한 장동윤은 '솔로몬의 위증' '미스터 션샤인' '써치'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말갛고 새하얀 피부와 동안 외모를 가진 그는 현실에서 비롯된 정의감 넘치는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녹두전'으로 여장남자를 소화하며 고운 한복 자태를 드러냈고, '늑대사냥'(2022)에서는 보여준 적 없던 강렬한 눈빛으로 묵직함을 발산했다. 이렇게 장동윤은 어느 순간부터 안주하기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채로운 얼굴을 꺼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후 그의 선택은 '악마들'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을 소화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연기 스펙트럼을 더 넓히기 위해 용기를 냈단다. 이는 답습보다 도전이 적성에 맞는 성향과 배우로서 가치를 높이고 싶은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장동윤은 "이번 작품으로 제가 악역도 된다는 걸 증명했고, 성취로 이어진다면 정말 큰 소득이죠.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다른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캐릭터에 본능적으로 끌려요. 이미지 변신을 위해 계산적으로 선택하는 건 아니고요. 한번 써먹은 무기를 계속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잘하는 게 있으면 한 우물만 파는 것도 좋지만 멀티 플레이어처럼 여러 도전을 하는 게 더 재밌어요. 관계자들이 '악마들'을 보고 '장동윤에게 이런 모습이 있어?'라는 걸 알고 나중에 저를 불러 주시면 큰 소득이죠. 백수가 될 일이 줄어드니까요(웃음). 연차가 쌓이는 만큼 성장해야 수요도 있죠. 자연의 섭리에 맞게 더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짐보다 자연스럽게 된 거 같아요."
이날 장동윤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에 관해 "더 잘생겨질 일이 없어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원숙하고 더 좋은 연기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어요"라고 예상외의 답변을 꺼냈다. 또한 '악마들' 촬영을 끝내고 울었다는 감독, 오대환과 달리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서 "원래 작품 끝나고 잘 안 울어요"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를 전공했지만 신용카드와 주식은 절대 하지 않고, 개인 SNS도 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장동윤은 고민도 없이 답변을 이어가며 의외의 단호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를 본 기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MBTI가 T냐"고 물었고, 그는 "F인데 믿지 않는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전 직장인 마인드가 장착됐어요. 작품을 끝내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잘 끝내는 기분이에요. 또 정직하고 우직하게 뭔가를 이루는 게 좋은데 주식은 그게 아니잖아요. 일과 사생활은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편이에요. 이는 배우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저는 연기를 일이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분리한 거 같아요. 일상에서도 제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로 오더라고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며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장동윤이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 만나 지금의 행보가 완성됐다. 이러한 진심이 통한 것인지, 그의 걱정과 달리 세 개의 차기작이 예정된 상황이다.
드라마 '내 남자는 큐피드' '모래에도 꽃이 핀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작품의 제목만 봐도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장동윤의 새로운 얼굴이 기대되는 가운데, 늘 안주하지 않고 변주를 꾀하는 그의 활약이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