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2023년의 시작은 '브라보 박연진'과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강렬했으며 인상 깊었던 배우 임지연의 활약이었다. 인생작과 인생캐를 동시에 경신했던 임지연이 불과 3개월 만에 모든 것을 지워내고 새로운 이미지를 입혔다. 심지어는 짜장면, 국밥은 물론이고 사과까지 모든 '먹방'을 화제로 만드는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임지연은 최근 방송 중인 지니TV 오리지널 '마당이 있는 집'(극본 지아니, 연출 정지현)에서 추상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작품은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그린다.
임지연이 연기하는 추상은은 남편 김윤범(최재림 분)의 상습적인 폭력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비루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발버둥 치는 인물이다. 때문에 임신까지 했지만 가정폭력으로 인해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늘 남편 눈치를 살핀다. 그런 추상은이 남편의 의문사 후 충격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사망 전 김윤범의 행적을 이유로 의사 박재호(김성오 분)를 협박하고, 심지어는 김윤범의 사망 당일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등 시청자들을 미스터리의 수렁으로 이끈다.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 추상은에게 임지연은 완벽히 녹아들었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임지연은 "어느 순간 걸음걸이부터 상은이가 됐다. 옷도 무채색 옷만 입다 보니 내 의상이 바뀌어도 아무도 모를 정도였다"며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했는지를 설명했던 바 있다.
특히 추상은의 무감정과 공허함을 그려낼 때면 임지연의 물오른 연기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가정 폭력에 지칠 대로 지쳐 버석버석한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남 일처럼 말할 때면 실제로 추상은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임지연이 보여준 '먹방'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남편의 사망을 접한 후에 먹는 짜장면, 장례식 후 국밥, 사망 보험을 인지한 후 사과를 무의식적으로 먹는 모습 등은 공개 직후 곧바로 화제가 됐다. 자신을 갉아먹었던 폭력 속에서 벗어난 추상은은 식욕의 고삐가 풀렸고, 이는 마치 영혼이 허기진 사람이 드디어 맛본 해방감과 같았다. 임지연은 이를 손가락, 몸짓, 발성 등 모든 걸 사용해 표현해냈다.
사실 임지연은 연기력으로 큰 두각을 드러냈던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방송됐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그 인식을 180도 바꿔놨다. 임지연은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으로 완벽히 변신했고, '브라보 박연진' '멋지다 연진아' 등 그를 향한 대사들은 모두 임지연의 수식어가 됐다.
배우에게 강렬한 인생캐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마주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임지연에게는 값진 결과였다. 다만 인상 깊은 만큼 '이미지의 고착화'라는 걱정도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박연진을 지우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임지연은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것도 방송 첫 주 만에 말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 걱정은 시간 낭비'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이제는 기대가 된다. 임지연이 다음에는 어떤 장면으로 화제를 이끌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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