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서울의 달'은 94년 한석규 채시라 최민식이 주연으로 연기한 MBC 드라마다. 꿈을 좇아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낸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한 무명가수가 부른 OST로 더 뜨거운 공감대를 얻었다. 바로 장철웅이 부른 '서울 이곳은'이다.
연출을 맡은 정인 PD가 이 노래를 듣고 "처음부터 드라마를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해도 이렇게 완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놀라했을 정도다.
이 곡은 비교적 업템포의 빠른 리듬 뒤로 신기루와도 같은 꿈을 좇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 이의 넋두리가 절절하게 담겨있다. 우연히 OST 곡으로 채택이 됐음에도 말그대로 드라마 내용에 최적화된 노래였던 셈이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장철웅은 행운아였다. 그가 MBC 대학가요제(83년)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로 정평이 났어도,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영원히 무명가수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그는 '서울 이곳은'으로 존재감을 알리며 일약 발돋움한다. 이후 발표한 '내일은 해가 뜬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의 곡들은 가수의 대중적 인지도보다는 음악적 성공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노래다.
특히 직접 작사 작곡한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연 離緣)은 그의 인생곡으로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텅빈 세상인 것 같아 그대가 나를 떠나던 날엔 눈물만 흘러/ 아무말 없이 그냥 멍하니 시린 눈을 감아버렸어/ 아픈 기억 서로 가슴에 안고 돌아서면 남이 되는 걸/ 우리 사랑이 이렇게 끝이 나는 걸/ 우리 만나지 말걸 그랬지 그냥 모르는 채로/ 어디에선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마음편히 살 걸 그랬지'(장철웅의 '이룰 수 없는 사랑' 가사 일부)
서로 사랑하면서 그 사랑을 이룰 수 없다면 이보다 가슴 아픈 일은 없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고 잊어야 한다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돌아서면 결국 남이 되는 이별,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깊은 곡이다. 장철웅 외에도 같은 제목으로 여러 가수들이 각기 다른 내용의 노래를 불렀고, 커버송으로도 많이 불렸지만 가슴으로 절절하게 와닿는 느낌과 애절함은 장철웅을 따라가지 못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장철웅은 청소년기를 대부분 부산에서 보냈고,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부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우연히 가요제에 참가하게 됐는데 놀랍게도 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를 계기로 서울로 올라왔고, 몇 년간 무명 가수생활을 하다 첫 앨범을 발표한다. 통기타를 메고 솔로가수로 활동하며 음반을 발표했지만 대중을 사로잡을 히트곡을 내지는 못했다. 당시까지 그의 삶이 곧 드라마 '서울의 달'의 스토리와도 흡사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