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기 위해서는 극본, 연출은 물론이고 이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극본 백소연, 연출 강수연·이웅희)는 그 예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구성, 시대적 배경과 감정에 맞춘 감각적인 연출, 여기에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졌다.
특히 주연으로 나선 김동욱과 진기주의 캐릭터 해석 능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이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아주니 시청자들의 몰입도 또한 높아졌다.
먼저 김동욱은 이번에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입증했다. 그는 극 중 우연히 타임머신을 발견한 뒤 호기심 하나로 시간 여행자가 된 윤해준 역을 맡았다. 윤해준은 타임머신으로 인해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의 시발점인 1987년에 갇히며 백윤영과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김동욱은 윤해준을 통해 스릴과 액션은 물론이고 감정선까지 모든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1987년에 녹아들기 위해 국어선생님으로 위장한 그는 때때로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다. 그러다가 범인을 쫓을 때면 열심히 뛰고 또 뛰며 몸을 아끼지 않는다.
미래에서 온 윤해준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복잡한 생각에 휩싸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침묵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심경을 그는 온몸으로 표현한다. 대사가 없음에도 김동욱이 짓는 표정과 제스처, 심지어는 안면근육까지 하나하나 윤해준 그 자체를 보여준다.
사실 김동욱은 '겹치기 출연'이 알려지며 우려를 사기도 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편성이 밀리며 현재 또 다른 주연작 tvN '이로운 사기'가 약 15분 정도 겹친 시간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동욱이 맡은 캐릭터가 기자 출신 앵커와 변호사라는 전문직인 데다 다소 결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동욱은 이러한 우려의 시선을 모두 불식시켰다. 각 캐릭터의 세세한 설정을 살려내며 비슷할 법한 인물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각인하게끔 만들었다. 오히려 두 작품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지며 김동욱의 '작품 보는 눈'이 새삼 조명됐다. 그가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진기주 또한 뛰어난 감정 연기로 김동욱과 '케미'를 자랑하고 있다. 진기주는 극 중 출판사 편집자 백윤영 역을 맡았다. 엄마를 잃은 백윤영은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의 엄마 이순애(서지혜 분)을 마주하고, 그런 그가 훗날 아버지가 되는 백희섭(이원정 분)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방송 초반, 진기주는 여러 발성으로 "엄마"를 부른다. 엄마를 보고도 못 본 척 피했을 때는 자책과 미안함이 응어리진 채 터져 나오는 듯한 '엄마', 소중한 가족의 마지막을 확인한 뒤 외치는 '엄마', 엄마의 젊은 시절을 마주한 뒤 그리움과 반가움이 공존한 채 내뱉는 눈물의 '엄마'까지. 매 상황에서 각기 다르게 전달된 "엄마"는 애틋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이는 곧 큰 울림을 남겼다.
기자의 '본방사수' 역시 진기주로부터 시작됐다. 1회에서 이순애(이지현 분)를 떠나보낸 백윤영이 슬픔을 삼키며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스카프를 매는 장면을 보자 단숨에 매료됐다. 그 후 진기주는 엄마를 공감하며 마음 아파하고, 때로는 든든한 언니처럼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을 지켜주기 위해 나서는 백윤영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뭉클함을 선사한다.
특히 진기주의 눈물 연기는 명품이었다. 터져 나오는 감정을 큰 소리 없이 표현하는 그를 보고 있을 때면 '진기주가 이렇게 눈물 연기를 잘했던가'라며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또한 한 번씩 등장하는 진기주의 내레이션은 실제로 백윤영이 자신의 이야기를, 삶을 들려주는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이상하게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처럼 자연스럽고 몰입감 높은 두 사람의 열연은 주연배우의 존재감이 작품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명작 탄생을 알린 김동욱과 진기주의 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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