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24)] 이선희 '인연', 삶을 관조하는 애절함의 극치


드라마 '다모'에서 영감 받아 멜로디에 직접 담아낸 명곡
싱어송라이터 존재감 발산, 'J에게' 능가할 두번째 인생곡

이선희는 전설적인 히트곡이 유독 많다. 그가 오랜 기간 가창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대표가수로 발돋움한 계기는 자작곡 인연(2007년)의 히트도 한몫을 했다. 이선희 15집 세렌디피티 발매 쇼케이스 당시.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이선희는 '이승기의 스승'으로 잘 알려졌지만 안타깝게도 서로 등을 돌린 사이가 됐다.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에서 출발한 횡령 의혹에 휘말리면서다. 주옥같은 히트곡 부자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불과 반 년만에 자신의 대표곡 '아 옛날이여'를 얼핏 떠오르게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선희는 대학 시절이던 1984년 제5회 '강변가요제'에서 같은 학과 선배 임성균과 4막 5장이란 팀으로 출전해 'J에게'를 불렀다. 이후 그는 동그란 안경과 커트머리, 바지만 고수하는 보이시한 매력으로 '언니 부대'라는 용어를 처음 탄생시켰다.

이 곡이 빛을 보게 된 배경도 극적이다. 이선희는 여고시절 유명 음악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무명 작곡가(이세건)가 '(세상이) 아직도 내 노래의 진가를 몰라준다'며 악보 뭉치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지켜봤다. 그를 급히 뒤쫓아가 악보 사용 허락을 받았고, 3년 뒤 가요제 출전곡으로 탄생했다.

그는 'J에게'란 곡 하나만으로도 84년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 골든컵을 차지했고, KBS 방송 가요대상 신인상, MBC 10대가수가요제 최고 인기가요상, 신인상, 10대 가수상으로 최초 3관왕에 오르는 등 데뷔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의 첫번째 인생곡이 J에게라면 인연은 그의 존재감을 새삼 일깨운 두번째 인생곡이라 할 수 있다. 이선희가 드라마 다모를 보고 쓴 이 곡은 동양적 악기가 쓰인 애절한 멜로디와 가사가 특징이다. /더팩트 DB

이선희의 진가는 이듬해 록 스타일이 가미된 '아 옛날이여'가 발매되면서 다시한번 확인된다.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J에게'를 비롯해 '갈등', '소녀의 기도' 등 무려 7곡이 KBS '가요 톱10'에 진입한데 이어 그해 방송사 가요부문 통합 1위를 차지한다.

이선희는 전설적인 히트곡이 유독 많다. 그가 오랜 기간 가창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대표가수로 발돋움한 계기는 자작곡 '인연'(2007년)의 히트도 한몫을 했다. 그의 첫번째 인생곡이 'J에게'라면 '인연'은 그의 존재감을 새삼 일깨운 두번째 인생곡이라 할 수 있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 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이선희 '인연' 가사)

이 곡은 동양적 악기가 쓰인 애절한 멜로디와 가사가 특징이다. 이선희가 드라마 '다모'를 보고 쓴 곡으로, 영화 '왕의 남자' 감독이 영화 OST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실제 영화에 삽입되지는 않았다. 대신 '왕의 남자'를 배경으로 뮤직 비디오가 나왔다.

이선희는 1984년 제5회 강변가요제에서 같은 학과 선배 임성균과 4막 5장이란 팀으로 출전해 J에게를 불렀다. 사진은 이선희 15집 세렌디피티 발매 쇼케이스 당시. /더팩트 DB

이선희는 가사 '나를 놓지 말아요' 부분의 '말'을 길게 늘려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가요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선희의 곡'을 꼽을 때 항상 최상위권에 머무르는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네이버에서 실시한 '선희톱10'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작곡가 주영훈은 '히든싱어3' 이선희 편에서 '인연'에 대해 "이선희 씨의 노래 중 최고의 명작"이라고 평을 한 바 있다. '연예가 중계'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 OST에서는 15위에 선정됐는데 상위 곡들이 모두 외국 영화 OST여서 한국 영화 OST로만 한정하면 당당히 1위다.

최근의 '불미스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선희가 오랫동안 대중적 사랑을 받는 비결은 작은 체구에서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와 완벽한 가창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84년 강변가요제 출전 이후 변치 않는 동안 외모와 목소리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 역시 철저한 자기관리가 원천이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직접 작사 작곡한 명곡 '인연'을 포함해 13집 수록곡은 전부 그가 직접 썼다. 중학교 때부터 습작처럼 조금씩 곡을 쓰다가, 1996년 발표한 10집 '라일락이 질 때'를 기점으로 자작곡을 앨범에 수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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