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사랑스러운 추민하, '올빼미'의 악역 소용 조씨로 인지도를 높인 배우 안은진이 또다시 필모그래피에 대표작을 추가했다. 촬영할 때는 드라마가 이 정도로 잘 될 줄 몰랐지만, 현장에서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며 배운 것과 정을 나눈 즐거운 기억들이 많아 자신을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JTBC 역대 수목극 최고 시청률(최종회, 12%)을 기록한 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 연출 심나영)의 히로인 미주 역을 맡은 안은진을 만나 작품과 사람 안은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9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은진은 바로 어제 촬영을 마친 것처럼 현장에서 얻은 기쁨들을 생생하게 전했다. 전날 출연 배우들과 다 함께 마지막 회를 시청하면서 서로 웃고 울면서도 이제 못 볼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그는 '이토록 행복한 촬영이 있었을까'라고 느낄 정도로 조우리 사람들과 미주를 아낀 속내를 드러냈다.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을('나쁜엄마' 팀과) 같이 봤어요. 서운한 마음이 컸죠. 촬영은 예전에 끝났지만 '진짜 마지막이네'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촬영할 때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거든요. 선배님들도 다 너무 좋았고 현장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이 멤버로 또다시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마지막 회 볼 때 다 같이 방청객 수준으로 리액션 하면서 봤어요. 잘 끝나서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미주라는 캐릭터와 이런 멤버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안은진은 그렇다고 다른 작품 촬영 때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모든 작품이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다 보니 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나쁜엄마'는 약간 의미가 달랐다는 해석이다. 이런 배경에는 촬영보다 회식 분위기로 기억된 조우리 촬영이 있었다.
"드라마를 찍으면 막 다 같이 밥을 같이 먹는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 그런데 '나쁜엄마'는 조우리 마을 신을 찍을 때는 항상 회식 분위기였죠.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숙소 근처에 모여서 막걸리도 한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누구 하나 외로울 시간 없이 즐겁게 지낸 것 같아요. 특히 원해(이장 역) 선배님과 인수(삼식 역) 조합이 너무 재미있거든요. 두 분이 같이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오고, 없던 신들도 만들어질 정도로 케미가 좋았어요."
"그런 정에서 오는 끈끈함이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됐죠. 초반에는 잘 모르고 어색하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실지 여쭤보거나 제가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거나 그랬지만, 나중에는 뭘 해도 어떻게든 다 잘 받아주실지 아니깐 이것저것 막 해보고 그랬어요. 말금(미주 엄마 정씨 역) 선배님과 애뜻한 신들도 기억에 많이 남죠. 인수(삼식 역)랑은 너무 장난을 많이 치고 친해졌다 보니 삼식이가 미주한테 멜로 눈빛을 보내야 하는 신에서도 그게 잘 안됐어요. 오죽하면 제가 "제발 한 번 좀 해줘라"고 하기도 했어요. (웃음)감독님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하죠. 유쾌한 신들은 그런 부분에서 훨씬 더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요."
안은진이 생각하는 '나쁜엄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드라마가 잘 된 것에 대해 자신의 지분은 전혀 없다는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우리 사람들의 매력에 빠져서 시청자들이 계속 찾아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밝혔다.
"드라마가 이렇게 잘될 거라고 예상을 못 해서 다 같이 더욱 신나고 그랬죠. 사실 어리둥절했어요. 주변에서 너무 재밌게 봤다고 얘기해주시니까 또 힘을 얻고, 재밌게 찍은 게 시청자들과 통하나보다 싶었어요. 저희 엄마가 그랬는데 조우리 사람들이 엄마 또래들이 좋아할 이야기였데요. 엄마 친구들이 드라마 보는 시간에 공감되고 친숙한 이야기라 그냥 틀어놓으시는 것처럼요. 아무래도 (시청자들이)조우리 사람들의 매력에 빠지신 게 아닌가 해요. 어떤 일을 해도 사랑스럽고 나쁜 일을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잖아요."
"제 지분요? 저는 잘 묻어갔죠. (웃음) '나쁜엄마'는 모자 관계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미주를 탄탄하게 잘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미주와 강호(이도현 분)의 스토리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좋았죠.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작가님이 서로 지고지순하고 예쁘게 사랑하는 이야기를 잘 써주신 것 같아서인 것 같아요."
안은진은 촬영장에서 '리미란'(리틀 라미란)으로 불렸다고 털어놨다. 텐션도 높고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이기도 하면서 장난도 많이 치거나 웃긴 거를 좋아해서다. 또 라미란과 인연도 깊다. 라미란과 영화 '시민 덕희'를 함께 촬영한 안은진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 '올빼미'(2020)보다 먼저 촬영을 마친 작품. '시민 덕희'에 이어 '나쁜엄마'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사람끼리 만나니 라미란의 '노련한 장난기'에 말리지 않도록 오히려 주의했다며 웃었다.
"선배님들이 정해주신 별명이 '리미란'이에요. 미란 언니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웃긴 것도 좋아하니깐. '시민 덕희'는 개봉이 계속 밀려서 저도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번 같이 호흡을 맞춰봤으니 '나쁜엄마' 때는 언니가 촬영장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슛 들어가기 전에는 막 장난치시다가 슛 들어가면 그 엄청난 연기 모습이 나오셔요. 그래서 제 신에서는 '저 즐거움에 말리면 큰일 난다' '마냥 웃으면 안 된다' 늘 생각하죠."
안은진은 극 중 미주의 상대 역이자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친 강호 역의 이도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이도현을 '집중력이 높은 배우'라며 치켜세우면서도 '더 글로리 커플'이자 자신의 한예종 1년 선배 임지연과 열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죠. 사실 지연 선배님과 수업을 같이 들은 적은 없어서…"라며 멋쩍어했다.
"도현이는 집중력이 좋은 친구예요. 고마운 신도 있죠.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이별 신이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그만큼의 텐션 그 이상을 해줬어요. 언제 어디서나 늘 그렇게 하더라고요.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저도 어떤 현장 가서든 저런 모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연애는 전혀 몰랐죠. (임지연이) 1년 선배긴 한데 수업을 같이 듣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렇죠. (이후 열애 소식을 듣고) '오 잘됐다' '그랬구나' 생각했어요."
끝으로 안은진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하나하나 주어진 것 열심히 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자신은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하다 보면 해낼 수 있고 오히려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남궁민과 함께 공동 주연을 맡은 MBC 방영 예정 사극 '연인' 촬영에 한창인 만큼 '연인'을 무사히 잘 마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며 웃었다.
"청사진을 그려도 그렇게 되는 게 어렵잖아요. 그냥 저는 인복이 좋고, 운이 좋고, 상대 배우 복, 캐릭터 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복이 있는 데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주어진 것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하고 있지 않을까. 최근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을 보고 나도 저 나이 돼도 저런 멋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되게 기대가 돼요. 우선 '연인' 찍고 있으니, 작품에 피해주지 않고 잘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
"'연인' 팀은 얼마 전에 감독님 주제로 체육대회도 했어요. 공굴리기, 발야구, 피구, OX 퀴즈 막 이런 거 했어요. 발야구는 저희 팀이 이겼답니다. 어떤 날은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현장에서 재미를 찾는 편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그런 순간들을 찾을 때마다 행복하고, 좋은 대사를 내 입으로 할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해요. 지금처럼 일을 계속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쉬면 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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