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 또는 이나영의 여행기 [TF인터뷰]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로 4년 만에 복귀

배우 이나영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이브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거창한 이유나 계획은 없다. 어떤 때는 비 오는 날이라서, 또 다른 날에는 학생들에게 춤추는 모습을 들켜 민망함 때문에 어디로든 훌쩍 떠난다. 그래서 제목도 '박하경 여행기'다. 배우 이나영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계기는 없었지만, 시나리오에 끌려 박하경의 여행에 동참했다. 그렇게 '이나영 여행기'가 시작됐다.

'박하경 여행기'(작가 손미, 연출 이종필)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나영 분)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이나영은 극 중 국어 선생님 박하경 역을 맡아 해남‧군산‧부산‧대전‧속초‧경주 등 매회 다양한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

특히 작품은 20~30분 가량의 미드폼 형식을 내세워 8회를 각각의 에피소드로 채웠다. 이에 배우 구교환 한예리 길해연 박세완 심은경부터 가수 선우정아 모델 신현지까지 여러 인물들이 출연해 이나영과 호흡을 맞추며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박하경 여행기'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기파 배우들이 회차마다 총출동하는 것은 물론 이나영의 4년 공백을 깬 복귀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가장 궁금증을 모은 건 그가 복귀작으로 '박하경 여행기'를 택한 이유였다. 그러나 정작 이나영은 "오랜 기간 쉬려고 했던 것도 공백기를 일부러 가진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대단한 계기는 없었어요. 어떤 틀을 짜고 작품을 하거나 공백기를 없애기 위해 출연 결정을 하는 편이 아니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에만 집중했어요. 여러 대본을 접하던 중 이 작품을 만나게 됐는데, 한 마디로 모든 게 완벽한 느낌이었어요. 일단 구성 자체가 독특한 데다 담백한 내용인데 신선했어요. 무엇보다 지금 시대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됐죠. 모든 게 저와 잘 맞았기 때문에 처음보자마자 하고 싶었고, 이종필 감독님의 감성도 궁금해서 고민없이 출연하게 됐어요."

배우 이나영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웨이브 제공

이나영은 '박하경 여행기'를 통해 처음으로 OTT 작업에 임했다. 평소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OTT라고 해서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이나영은 "OTT, 미드폼이라는 게 크게 와닿진 않았다. 내겐 그저 한 작품이었고, 짧지만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몇몇 분들이 차별점을 물어보곤 하지만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전했다.

박하경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잘 살고, 보상으로 토요일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이나영에게도 일상을 보낸 뒤 홀연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나영은 "나 또한 고민이 생기면 사라지기보다는 수다나 여행으로 풀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박하경처럼 당일치기를 하진 않았다. 여행을 하려면 2~3박은 잡고 가야 했다"며 "작품을 하면서 당일치기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을 가면 꼭 맛집을 가거나 관광지를 가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 같았다. 박하경을 통해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나영과 박하경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래서일까. 이나영은 초반에는 그저 멍때리기만 잘하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에 멍때리는 표정을 어떻게 지을지 일차원적인 고민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특별출연 배우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이에 이나영은 "'현타'가 왔었다"고 표현했다.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데 제가 어떻게 전체적인 흐름을 채워야 할지 걱정이 앞섰어요. 박하경은 국어선생님 말고는 캐릭터의 설명이 따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 더 집중하고 실제로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는처럼 더 하려고 했죠. 미리 준비하는 것보다 상대방과 호흡에서 나오는 게 있더라고요.정해진 캐릭터가 없으니까 나올 수 있는 무방비한 자유로움이 있더라고요. 제 생각만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편안함도 있었던 거죠."

배우 이나영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을 준비하는 과정 등에 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웨이브 제공

특별출연하는 배우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 또한 바뀌었다. 이나영 역시 그때그때 호흡을 맞추는 배우에 따라 색다른 작품에 임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때나 자연을 보고 싶을 때, 혹은 정말 문득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회차가 다르다. 생각해 보면 모두 특별출연 해준 배우들 덕분이다. 이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나영의 고민을 해결한 수 있었던 방법은 또 있었다. 바로 무방비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나영은 "NG나 어색해 보이는 장면이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그대로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촬영하기도 했었다. 감독님도 배우들에게 최대한 열어주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나영은 기억을 못 하지만, 촬영 중 모기를 잡기도 했고, 실제로 기차에서 잠이 드는 등의 장면이 생겼고 이는 실제 작품에서 사용됐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박하경과 이나영이 어느 순간, 동일인물처럼 느껴지는 건. 이에 이나영은 "전체적인 톤을 맞춘 건 아니다. 다만 내 자체를 현장과 분위기, 그리고 공간에 맡겼다. 그냥 그 순간에 연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틀에 짜인 배우가 아니라 현장에 놓인 배우였을 뿐"이라고 답했다. 즉 그는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하되, 작위적인 모습은 덜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배우 이나영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이브 제공

이나영은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 슈가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슈취타'에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슈취타' 섭외에 응한 이유를 묻자 "특정 콘텐츠를 염두에 뒀던 건 아니다. 원래도 홍보에 관한 출연은 모두 열려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슈가의 콘텐츠가 여러모로 자신에게 맞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침 슈가가 다큐멘터리 형식의 여행을 찍었고, '사람'이라는 노래를 발매해 타이밍적으로 맞았다. 난 평소에도 가사에 집중해서 노래를 듣는 편은 아닌데, 슈가의 '사람'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고, 듣는 순간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나영은 이번 촬영에 관해 슈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슈가가 워낙 진행을 잘해줬다. 물론 나를 배려해줘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대화를 건넸다. 사람 민윤기를 만난 것 같아 좋았고, 나중에 콘서트 보러 오라고 하더라"며 고마워했다.

끝으로 이나영은 과거 자신과 현재의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조심스러운 답변을 꺼냈다. 그는 "나이가 들고 경험을 많이 해봐서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것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작품이 특이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사람 좋아하고 다큐멘터리를 좋아해 특히 교감이 잘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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