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가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프로듀서로 인정받았다. 그러더니 돌연 모든 걸 내려놓고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만류했던 도전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룹 펜타곤 후이다.
Mnet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의 첫 방송을 앞둔 어느 날,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연습생들의 단체 무대가 첫 공개됐다. 당연히 낯설어야 할 이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연습생이 있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참여한 이회택이었다.
마냥 후이를 닮았다고만 생각했던 인물이 실제 당사자라는 걸 깨달았을 땐 반가움보다는 깜짝 놀란 감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8년 차 아이돌일 뿐만 아니라 펜타곤을 비롯해 여러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만들어 낸 그가 모든 경력을 내려놓고 오디션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후이는 출연을 결심하기 전까지 자신의 입지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는 "내가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보니 부담감도 별로 없었다. 그저 '조금 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목표만 갖고 프로그램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막상 촬영에 돌입하자 자기도 몰랐던 프라이드를 느꼈다. 후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이었다. 남들이 바라본 후이라는 사람에 대한 프라이드가 내 마음 안에 남아 있었더라. 오히려 출연 후에야 이 감정들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후이와 이회택 사이의 괴리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고마웠죠. 첫 촬영을 하는데, 다른 연습생 친구들이 절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아무도 절 모를 줄 알았거든요. 아니면 이름만 아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많이 회복하기도 했죠."
물론 주변의 반대는 컸다. 앞서 '프로듀스 101'에서 프로듀서로서 활약했던 후이였기에 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상황도 환경도 답답했던 부분이 컸던 후이로서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단다.
다만 그룹에 속해있는 만큼 멤버들도 소속사도 직접 설득해야 했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목표와 도전해야 하는 이유, 취지 등을 위주로 설명했다. 그렇다고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잘할 수 있다"는 말을 강조했다는 후이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포부를 전해도 결국 지금 당장 맞닥뜨린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을 거라 생각해 말을 많이 아꼈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불화설도 제기됐다. 후이의 '보이즈 플래닛' 출연 소식이 전해지자 멤버 진호가 그의 SNS 계정을 언팔로우했기 때문이다. 비단 진호뿐만이 아니었다. 이에 후이는 "당시 모두를 설득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며 갈등을 인정하면서도 "이후 잘 이야기를 했고 화해했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호가 출연 중인 JTBC '팬텀싱어'도 챙겨보고 있다"고 전하며 팬들의 우려를 지웠다.
"멤버들과 출연 전에 많은 이야기를 했죠. 사실 응원해 주는 멤버들도 있었지만, 슬퍼하는 멤버들도 있고, 마냥 좋아하지 않는 멤버도 당연히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조금 더 멋진 무대, 멋진 팀, 멋진 성장을 그리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했어요. 다만 저 역시 결과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어떤 것도 성급히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모두를 이해시킬 수는 없었어요. 그저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이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잘 해내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각오하고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과정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한 번의 무대로 그동안의 연습 과정이 결과로 결정이 나는 데다 기존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로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끝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후이의 여정은 최종순위 13위로 끝이 났다. 비록 데뷔조에 들지는 못 했지만,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연습에 몰두했던 후이로서는 후련했다. 그는 "조금의 후회도 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미련은 전혀 없고 그저 행복했다"고 전했다.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제로베이스원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앞서 최종회에서 그룹명이 결정되며 여러 반응이 쏟아졌다. 당시 연습생들의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후이는 "현장에서도 반응이 다양했다. 확실한 건 놀라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난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펜타곤도 처음 들었을 때 의문이 들었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도전을 끝낸 후이는 이제 이회택이 아닌 다시 펜타곤 후이로서 다음 행보를 계획 중이다. 프로그램 이후 다시 음악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보이즈 플래닛' 후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는 후이는 펜타곤의 음악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음악적인 부분만 연구했던 지난날과 달리 현재는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때문에 퍼포먼스 면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음악과 퍼포먼스,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아티스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이 개인으로서도 계속해서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후이는 "또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을지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오디션프로그램은 한동안은 안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후이는 앞으로 펜타콘의 스케줄이 많이 있을 예정이라며 팬들의 기대를 당부했다. "앞으로 콘서트도 다시 하고 여러 가지 무대를 계획 중이에요. 제가 없었던 시간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멤버들의 군 복무에 대한 공백기가 계속 있을 테지만, 제가 다시 복귀함으로써 팀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정비해 많은 팬들에게 펜타곤이라는 그룹을 다시 한번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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