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몸값'이 국내를 넘어 해외를 사로잡았다. 공개 당시 한국에서 보기 드문 피카레스크(악인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를 원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그려내며 K-장르물의 새 지평을 연 '몸값'이 칸에서도 '최초'라는 기록을 거두며 K-콘텐츠의 역사를 쓰고 금의환향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극본 전우성·최병윤·곽재민, 연출 전우성)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장편 경쟁부문 각본상(Best Screenplay)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몸값'은 한국 드라마 최초이자 국내 OTT 오리지널 시리즈 처음으로 칸 시리즈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우성 감독과 최병윤 작가, 곽재민 작가는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곽 작가는 "각본상을 받았지만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주셨다고 생각해요. 함께 해주신 모든 스태프들, 좋은 연기를 보여주신 배우들과 함께 받는 상이죠. 모두에게 감사드려요"라고 공을 돌렸다.
전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칸의 핑크카펫을 밟고 무대에 올라 상을 받으며 현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돌아왔다. 그는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가 다 잘 해주셔서 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최병윤 작가, 곽재민 작가가 함께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움으로 남아 있어요"라고 못다한 소감을 전했다.
이를 옆에서 들은 곽 작가는 "현장에 갔으면 더 행복했겠지만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하겠나요. 감독님이 수상 직후 이름을 크게 불러주셔서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라고, 최 작가는 "살면서 그렇게 연락을 많이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 놀랐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작품은 각자의 이유로 몸값 흥정이 벌어지던 건물에 대지진이 덮치면서 펼쳐지는 스릴러로,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값'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파격성을 살린 전개와 몰입감 있는 원테이크 촬영 그리고 진선규, 전종서, 장률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클라이맥스스튜디오('몸값' 제작사) 대표로부터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받은 전 감독은 곽 작가, 최 작가와 함께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OTT 시리즈로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이들은 원작에서 몸값을 흥정하던 두 주인공의 역학관계를 뒤집었고, 두 주인공이 저글링 하듯이 시리즈를 끌고 가게 만들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곽 작가는 "색다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악인들만 나오는 시리즈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각색 과정과 별개로 '몸값'을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것은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하나의 오락물로 만드는 것이 단순하지만 큰 목표였죠"라고 덧붙였다.
특히 제작진은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인 원테이크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각본 단계에서부터 공간을 설정하고 동선을 지정하면서 타이밍을 끊지 않고 한 호흡에 갈 수 있게끔 여러 경우의 수를 뒀다고.
이에 전 감독은 "자의적으로 카메라가 이어가는 식의 움직임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감정과 동선을 따라가려고 했어요. 대본 단계에서부터 카메라가 따라가는 속도를 상상해야 해서 제한을 두고 아이디어를 짜냈죠"라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몸값' 주인공들은 건물 안에서 서로 싸우고 죽이면서 돈을 들고 탈출에 성공한다.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고 나왔지만 이들 눈앞에는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지면서 열린 결말로 이야기가 끝났다. 이에 따라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한 '몸값'은 해외 시상식에서 독특하고 신선한 콘셉트와 근래 보기 힘든 소재를 원테이크로 풀어내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기에 시즌 2의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연출진들은 시즌 2에 관해 "아직 확정된 게 없어요"라고 말을 아꼈다.
"캐릭터들은 밖에 나가면 무조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옥 같은 사투를 벌이는데 밖에 나가보니 세상이 망해있다면 흥미로울 것 같았어요. 재밌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즌 2를 기대하시더라고요(웃음). 혹시나 만들어진다면 이 세계관을 더 설명하고 지옥을 거쳐서 나온 인물들이 더 넓은 지옥에 도착해서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연출진들은 수상의 영광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이 과분하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늘 그랬듯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몸값'은 관객들에게 오락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게 1순위였어요. 개인적으로 작업하다 보면 은유적인 부분이나 메타포를 넣게 되는데 주제 의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욕망에 관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로 은유 됐으면 좋겠었죠. '몸값'이 돈과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인데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살면서 본인들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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