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결과적으로 2% 아쉬움이 남는 '슛'이다. 홈리스 월드컵에 특유의 말맛을 녹여냈지만,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웃음도 감동도 일정 이상의 선을 넘지 않는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 지루할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드림'이다.
'천만 감독' 이병헌과 배우 박서준, 아이유가 뭉친 '드림'이 베일을 벗었다. 2019년 크랭크인한 '드림'은 코로나19를 직면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세상에 공개됐다. 약 4년간의 노력을 모아 마침내 한 골을 찬 '드림'이 한국 영화 구원의 골망을 뒤흔들 수 있을까.
지난 26일 개봉한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축구선수로서 2인자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홍대는 경기에서 무리수 전술을 펼치는가 하면 '사기 혐의로 도주 중인 엄마를 도와주고 있냐'라고 묻는 기자의 눈을 찔러 논란의 중심에 선다. 결국 그는 선수 생활을 접고 합의금을 위해 연예계에 진출하기로 하고, 매니지먼트 회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한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재능 기부에 나선 홍대는 PD 소민을 만난다. '월급이 오르지 않아 자신의 열정을 페이에 맞췄다'는 소민은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한 방'을 꿈꾸는 인물로, 축구 실력이 아닌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사연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수 선발에 나선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진 홍대와 소민은 노숙자들과 함께 홈리스 월드컵 출전에 도전한다. 환장할 것 같은 축구 실력과 팀워크를 본 홍대는 영혼 없는 지도를 하고, 소민은 짜여진 각본으로 뻔한 감동 포인트만을 추구한다.
이 가운데 홈리스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된 이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공개된다. 한때 잘나갔으나 IMF로 인해 사업 실패 후 가족을 버리고 도망친 환동(김종수 분)부터 이혼한 아내와 함께 외국으로 가는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효봉(고창석 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축구 선수를 좋아해서 팀에 합류한 범수(정승길 분)까지.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월드컵을 완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마주한 홍대는 그들에게 마음을 열며 진짜 감독으로 성장하고, 소민은 선수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동화되면서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또한 오합지졸이던 멤버들은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며 팀워크를 쌓으며 월드컵으로 향한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운다.
1626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2019)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이병헌 감독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처음 출전했던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뒤쳐진 곳에서 보통으로 향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스포츠 영화의 정석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사연이 익숙한 신파와 클리셰로 다소 진부하다. 또한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숙자들의 이야기가 희화화되지 않기 위해 특유의 말맛은 한층 톤 다운됐다. 따라서 '극한직업'과 같은 결을 기대한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박서준과 아이유는 말맛을 살린 대사로 차진 호흡을 선보이며 완벽한 '케미'를 보여준다. 물론 극이 전개되면서 캐릭터 특성상 두 사람의 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샷만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완연해진 봄 날씨를 만끽하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무난한 작품이다. 좀처럼 한국 영화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만 감독과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내세운 '드림'이 한국 영화의 위기를 극복할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2세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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