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자신이 없진 않았죠." 예능프로그램이 방송 전부터 6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는 건 이례적이었다. 제작진도 시청자도 1, 2회가 비교적 재미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디저트'의 시도는 신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고, 서바이벌에 지치고 디저트에 관심 없는 이들의 편견까지 깨부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더 디저트'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CGV용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나현 PD, 정종찬 PD, 가수 성시경이 참석했다.
이날 '더 디저트' 제작진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1, 2회를 60분 분량으로 압축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사했다. 앞서 이례적인 시사 결정은 이목을 끌긴 했지만, 큰 관심은 모으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저트 서바이벌'이라는 주제가 국내에서는 낯선 데다 '서바이벌' 포맷에 이미 지친 이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사를 끝낸 후 '더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60분의 영상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연출진들과 성시경의 유려한 답변은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특히 김나현 PD는 60분 시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의 방증이라고 봐도 되냐는 질문에 "자신이 없진 않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1, 2회가 제일 재미없다. 뒤로 갈 수록 더 재미있다. 1회라는 게 설명을 해야 하다 보니 잔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점점 더 스펙터클 하고 다양해지며 선보일 디저트도 많다"고 강한 확신을 보였다.
'더 디저트'는 10인의 디저트 셰프가 9박 10일 동안 합숙하면서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출연진들은 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고민을 나누는 등 디저트 미션 외의 시간도 함께하게 된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팽팽한 신경전부터 좌충우돌 성장 과정까지 열정 가득한 도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용자들의 몰입과 응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무엇보다 '솔로지옥'을 통해 감각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김나현 PD가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디저트를 내세워 서바이벌 리얼리티에 도전했다. 김 PD는 "해외에는 디저트 관련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미 많다. 반면 아직 우리나라에는 디저트를 내세운 제대로 된 서바이벌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안 했다면 내가 제일 먼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디저트 서바이벌'만 생각해 둔 김 PD는 지원자들을 만나면서 구체적인 틀을 잡아 나갔다. 그는 "디저트라는 분야에 진심이고 꿈을 향해 진정성을 가득한 젊고 매력적인 셰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렇다면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서 리얼리티가 접목된 서바이벌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합숙 서바이벌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MC로는 성시경이 나선다. 평소 SNS에 다양한 베이킹 사진을 업로드하며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 만큼 디저트에 대한 성시경의 진심 어린 모습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김 PD는 "처음에는 성시경의 '버터왕자'라는 타이틀을 생각했다. 요즘에서야 '국밥부장관'이지, 이전까지는 버터왕자였다"며 "여기에 제과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맛 표현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지식도 관심도 많기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에 딱 맞는 MC라고 생각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성시경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유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자격증도 딴 적이 있고 먹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시경은 '더 디저트'의 신선한 재미에 집중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다. 없었던 소재를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신선했다"며 "비록 '더 글로리' 같은 화제를 모으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기획도 예쁘고 재밌다는 반응이 있다면 성공이 아닐까 싶다"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자신했다.
이어 "두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너무 전전긍긍하더라. 그래서 '걱정하지 마, 대박 안 나'라고 격려해줬다"는 너스레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 PD는 '솔로지옥' 당시 '사랑을 찾으러 온 젊은 청춘 남녀들의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번 '더 디저트'는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의 성장하고 경쟁하는 청춘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자신들의 브랜드가 있는 셰프들이 아닌 청춘 파티시에들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정 PD는 "자신의 꿈을 가진 청춘 파티시에들의 성장을 보고 싶었다. 첫 번째로는 파티시에로서의 실력을 우선적으로 보고 여기에 꿈에 대한 진정성을 함께 봤다"며 "최대한 좋은 파티시에를 선발하기 위해 1차는 포트폴리오랑 서류를 받고, 2차는 실기 영상을 받았다. 3차는 최종 면접까지 거쳤다. 힘든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뽑았다"고 모집 기준을 밝혔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자꾸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출연진 검증'은 방송사와 연출진의 숙제가 됐다. 이에 김 PD는 "일반인 프로그램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 역시 3차까지 거치면서 제일 중요한 건 문제 있는 출연진을 걸러내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더 디저트'가 선택한 건 '대화'였다. 김 PD는 "사실 검증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해보려고 했다. 3차 절차 외에도 지원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주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가 될 만한 출연자는 거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화제가 될 법한 출연진을 포기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김 PD는 "매력 있고 실력 있는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검증 과정으로 인해 같이 못 하는 참가자들도 꽤 있었다"며 "그만큼 위험 요소가 있는 분들은 함께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최종 10명의 출연진은 나름 깊게 이야기하고 검증했다고 생각해서 미고 봐주셔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디저트를 내세운 작업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차별점도 있었다. 정 PD는 "'더 디저트'는 예민한 아티스트들의 조리 대결이라 생각한다. 디저트 만드는 과정을 처음 봤는데, 먹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리는 중간에 실수가 있더라도 감으로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디저트는 0.01g 계량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하나만 삐끗해도 큰일 나는 예술 작품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어쩔 수 없이 예민하고, 그들이 시간 안에 대결을 하니 덕분에 예능적으로는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악마의 편집'은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억지로 갈등이나 편집점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서바이벌이라 자막을 많이 쓰는 요란한 프로그램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서바이벌을 만들고 싶었다"며 "디저트라는 소재 자체가 맵고 짠 게 아니라 예쁘고 달지 않나. 그래서 자막도 많이 안 쓰고 가볍고 잔잔하게 편하게 볼 수 있는 방향성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친구들 사이의 예민함, 경쟁, 시기, 질투 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억지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란한 갈등이 없다 보니 잔잔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이에 정 PD는 "웃는 얼굴로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물밑 작전처럼 보이는 갈등이 실제로 있다. 이 부분을 살리는 편집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며 "예민보스들의 기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악마의 편집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다"고 자신했다.
'더 디저트'는 26일 오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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