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원세나 기자] "한 프레임 안에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많이 나온 작품이 또 있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극본 문지영, 연출 오진석)는 이런 신선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성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이다. 이런 작품을 이제서야 만나다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격하게 환영할 일이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퀸메이커'는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세계 6위(플릭스 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국가별로는 한국,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 1위에 올랐다. 톱10에 오른 나라는 37개국이다.
'퀸메이커'는 남성을 중심으로 한 정치 드라마에서 탈피했다. 능력 있고 강한 두 여성 캐릭터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던 정치물에 제대로 뛰어들어 정치의 민낯과 인간의 본성, 욕망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여성의 선거 이야기, 욕망을 향한 노골적인 정치쇼가 '퀸메이커'에서 펼쳐진다. 두 주인공의 공고한 연대와 우정은 '거친' 남성들과 잔혹한 폭력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 정치 소재 영화들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준다.
두 주인공 외에도 '퀸메이커'의 주역은 모두 여성이다. 서울시장 후보, 유력한 경쟁자, 선거 전략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기업 회장, 경영권 승계에 사활을 건 대기업 후계자, 시장 후보의 든든한 후원가 등이 모두 여성으로 작품에서 그리는 모든 권력의 중심에는 남성 아닌 여성이 있다.
'퀸메이커'는 이렇게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애증과 우정을 나누고 배신과 연대, 경쟁을 벌인다.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눈부신 연기력으로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인 이 드라마의 낯선 풍경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매끄럽게 완성해 낸다.
일등 공신은 역시 주연배우 김희애와 문소리다. 작품의 두 주인공, 황도희 역을 맡은 김희애와 오경숙 역을 맡은 문소리는 농익은 연기 대결을 펼친다. 김희애와 문소리의 첫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두 사람은 내공이 다른 치밀하고 노련한 연기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김희애와 문소리의 눈부신 '워맨스 케미' 외에도 '믿고 보는' 여성 배우들의 촘촘한 연기 향연은 또 다른 볼거리다.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 역의 서이숙, 노련한 3선 정치인 서민정 역의 진경, 은채령 역의 김새벽, 야심녀 국지연 역의 옥자연, 김희애와 문소리의 조력자 김호정 김선영 등 배우들은 걸출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들은 능수능란한 연기를 통해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춰낸다. 그리고 이 쟁쟁한 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이 탁월한 연기력은 다소 진부한 대본과 투박한 연출의 빈틈을 메운다. 결국 '퀸메이커'는 여성 서사와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로 완성됐다.
한 트위터리안은 "'퀸메이커'가 식상하다는 사람에게 '그 뻔하고 올드한 걸 김희애 문소리는 왜 이제서야 찍을 수 있었는지가 중요함'이라는 왓차평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퀸메이커'는 이 시대를 반영하는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됐다.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