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완벽한 시너지'. '킬링 로맨스'를 한 줄로 정의하면 이렇다. 배우 이하늬와 이선균은 제대로 망가졌고, 이원석 감독 특유의 독특하고도 신선한 텐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 장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문제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면 말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4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청량음료 CF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여래는 SF영화 주연을 맡아 발연기로 국민적 조롱거리가 된다. 모든 걸 내려놓은 여래는 남태평양의 콸라섬으로 도피하고, 그곳에서 만난 재벌이자 환경운동가인 조나단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로부터 7년 후, 두 사람은 조나단의 사업을 위해 짧게 한국에 돌아온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줄 알았지만 여래는 그저 조나단의 예쁜 인형으로 지내고 있었던 것. 49kg의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한 채 '억지 미소'만 얼굴에 띠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여래는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연예계 복귀를 결심한다. 하지만 조나단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여래의 꿈을 꺾는가 하면, 자신에게 반발하는 여래에게 놀이를 가장한 폭력까지 행사한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다짐한 여래는 우연히 옆집에 사는 고독한 사수생 범우를 만나게 된다.
여래의 팬클럽 여래바래 3기였던 범우는 결혼한 여래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무엇이든 돕겠다고 나선다. 그렇게 여래는 범우와 함께 조나단을 죽이고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기로 결심한다.
흔한 스토리 전개로 결말까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착각이다. 작품은 외국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 속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이원석 감독은 모든 상황에 '만약'을 붙일 수 있는 구조의 힘을 빌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냈다.
여래와 범우가 '슥컥훅' '푹쉭확쿵' 같은 의성어로 표현되는 암살 방법을 시도하는가 하면, 여래는 갑자기 노래를 부르면서 한순간에 장르를 뮤지컬 영화로 전환한다. 또한 스크린이 때로는 홈쇼핑 화면으로, 때로는 노래방 화면으로 바뀌면서 쉴 새 없이 기존 영화의 틀을 비튼다.
현실성과 개연성이라고는 눈 뜨고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허공에 붕 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든 건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이다. 이하늬는 여래로 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다 꺼냈다. 인형 같은 비주얼로 코미디 연기부터 노래와 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황여래는 이하늬밖에 못 한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이선균은 조나단을 만나 장발부터 인위적인 콧수염, 진한 아이라인 등으로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하며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모든 걸 내려놓을 각오를 했다는 이선균은 아내를 가스라이팅하는 조나단에 능청스러운 표현력을 입히며 단순 악이 아닌, 만화적인 악당으로 탄생시켰다.
여기에 공명은 순수한 인물이 최애의 행복을 위해 엉뚱하고도 살벌한 살인 모의에 가담한 범우로 분해 '맑은 눈의 광인'이 됐다. 극과 극을 내달리는 여래와 조나단 사이에 적절하게 섞이며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분명 이상하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힘을 가진 작품, '킬링 로맨스'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겠지만, 여전히 '민초파' '반민초파'로 설전이 오고 가듯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관객들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영화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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