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리바운드'가 관객들을 2012년 열기 가득했던 농구장으로 단숨에 초대하며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로, 교체선수도 없이 단 6명의 선수로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뤄낸 강양현 코치(現 3X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와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다뤘다.
'리바운드'는 기존에 접했던 언더독(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의 이야기와 다르다. 승패의 압박을 벗어던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걸 충실히 따른다. 그렇게 청년들에게 위로와 위안, 응원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아는 만큼 더 보이는 농구 지식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를 짚어봤다.
◆ '강양현 그 자체'가 된 안재홍
안재홍은 해체 직전의 농구팀을 결승으로 이끈 강양현 코치 역을 맡았다. 그는 2012년 부산 중앙고가 전국 고교대회를 나갔을 당시가 담긴 30GB의 USB를 보며 세세하게 분석했고, 일주일 만에 약 10kg을 증량하는가 하면 헤어스타일부터 안경과 의상, 컨디션 팔찌까지 그대로 착용하며 100%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그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양현 감독과 4살 차이가 나는 안재홍은 술잔을 기울이면서 실제로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고 관객들을 2012년 열기 가득했던 농구장으로 단숨에 초대하기 위해 강양현 감독의 말투와 걸음걸이까지 완벽 복사했다.
특히 안재홍은 부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른 억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부산 사투리를 장착해야 했다. 이에 장항준 감독은 "안재홍의 사투리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후기를 봤는데 그도 부산 출신"이라며 "'내가 네 시다바리가'는 70~80년대 어른들이 쓰던 말투다. 안재홍이 구사한 사투리가 실제 강양현 감독의 말투"라고 설명했다.
◆ 교체·CG→카메라 기법으로 완성한 '현실감 있는 비주얼'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 만에 본업에 복귀한 장항준 감독은 현실감 있는 비주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를 위해 스태프들과 치밀한 프로덕션 작업 과정을 거친 그는 당시 선수들이 땀 흘렸던 중앙고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뀐 학교 정문을 10여 년 전처럼 녹슨 철문으로 교체했고 최근에 생긴 아파트와 아스팔트 바닥은 모두 CG로 지워냈다.
또한 경기 장면이 촬영된 곳은 안동 체육관으로, 객석의 높이와 농구장의 깊이 등을 고려하며 전국 곳곳의 농구장을 헌팅한 끝에 발견한 공간이다. 여기에 경기장 바닥을 더욱 짙은 색으로 채색하고 전광판까지 그 시대를 재현하며 당시의 치악 체육관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장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생동감 있는 농구 경기 장면을 위해 촬영 기법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한 호흡으로 잡아내면서 농구 장면을 완성했다. 이후 코트 안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을 가깝게 담아내며 진짜 농구 경기의 생생함과 배우들의 감정, 두 가지 모두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800fps의 초고속 카메라를 투입하며 동시에 슬로우와 정속, 고속을 넘나드는 장면을 완성했고 관객들에게 경기장 안에서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박진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 천기범→허훈·강상재, 지금은 뭐할까?
배우 이신영이 연기한 농구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천기범은 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서울 삼성 썬더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농구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천기범은 지난해 1월 음주운전 사고로 논란을 빚으며 KBL에서 은퇴했고, 현재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해당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 '리바운드'의 제작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극의 중심축인 선수의 논란은 작품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더팩트>와 만난 장항준 감독은 "하나의 영화가 들어갈 때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생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리바운드'는 한때 농구를 꿈꿨던 25살 공익 근무 요원과 여섯명의 소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냐보다는 당시 흘렸던 땀과 열정이 중요했다. 한 선수에게 초점을 두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강양현 감독은 부산 중앙고와 조선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거치고 2007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감독을 시작으로 16년 동안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 중앙고와 부산대를 거쳐 2019년 6월 모교인 조선대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2021년부터 3X3남자농구 국가대표팀도 이끌고 있다.
또한 강양현 감독은 영화에 깜짝 등장한다. 최근 <더팩트>와 만난 안재홍은 강양현 감독의 출연을 언급했고, 작품을 보면서 눈치채지 못한 취재진들은 모두 놀랐다. 안재홍은 "고깃집에서 회식하는 장면에 사장님으로 짧게 나온다. 다양한 샷을 찍었는데 (강양현)형이 너무 긴장해서 쓸 수 없었다. 그래서 투 샷으로만 짧고 간결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당시 용산고 농구 선수로 등장하는 허훈은 '농구 대통령' 허재의 둘째 아들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2017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부산 KT(현 수원 KT)의 지명을 받고 프로 농구 선수로 데뷔한 그는 정규리그 MVP를 받는 등 KBL 대표 스타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2012년 라이벌로 만났던 강양현 감독과 허훈이 현재 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 지난 5월 입대한 허훈은 현재 상무 농구단에 소속돼 있고, 3X3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강양현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강상재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원주 DB 프로미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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