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NO"…김희애X문소리가 보여줄 연대 '퀸메이커'(종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1부작, 4월 14일 공개

배우 류수영과 서이숙, 오진석 감독, 배우 문소리, 김희애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여성 정치인'이 아닌 그냥 '정치인'의 이야기다. 다만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가 불과 얼음의 시너지를 보여주며 '충돌의 연대'라는 재미를 더했다. 정치판에서 피어나는 워맨스를 확인할 수 있는 '퀸메이커'다.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극본 문지영, 연출 오진석) 제작발표회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오진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이 참석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희애가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이자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인 황도희를 연기한다. 오너 일가의 리스크까지 관리하며 승승장구하던 황도희는 어느 날 회사를 관두며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된다.

문소리는 좋은 세상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변호사 오경숙 역을 맡는다. 오경숙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당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위해 은성그룹을 상대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황도희와 처음 마주하고, 은성그룹을 떠나 서울 시장에 출마하자는 황도희의 계획에 함께 뛰어든다.

서이숙은 가족에게조차 모질고 독한 은성그룹 회장이자 욕망이 가득한 손영심 역으로, 류수영은 훈훈한 미소 뒤 거대한 야망을 감춘 반전의 인물이자 은성그룹의 차녀 은채령의 남편 백재민으로 분한다.

작품은 여성 정치물을 표방하며 김희애와 문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 감독은 "작업하면서 '퀸메이커'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영어권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더라. '킹메이커'만 많이 사용되는데, 정치 권력 암투는 남성의 세계로만 다뤄졌던 것"이라며 "전형적인 권력의 세계에 여성 두 명이 나서서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부딪친다는 것이 우리 작품의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배우 문소리와 김희애(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정치물이라고 어렵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퀸메이커'가 꼽는 매력이다. 오 감독은 "정치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만나 충돌하고 연대하는지에 초점을 두면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감독은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에 관해 "황도희가 오경숙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있다. 돈이나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약자를 위해 싸우냐는 질문에 오경숙은 너무 당연하듯이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한다. 울림이 있었다"며 "약자를 보호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 낯선 시대가 됐다. 소박한 가치일 수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건 센 캐릭터의 강렬한 이야기를 통했으면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오 감독은 무엇보다 김희애와 문소리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는 "두 사람을 불과 얼음으로 그리고자 했다. 극 중 황도희는 어떤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모습이 킬힐로 대변된다. 반면 오경숙은 불의 이미지인데 누군가를 태워 없애는 것이 아닌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불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과 얼음의 시너지는 모순되고 어려웠을 텐데 두 배우가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해줘서 감사했다. 연출자로서 흥분되는 경험을 했다"며 김희애와 문소리를 치켜세웠다.

배우 문소리와 김희애(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배우들 역시 '여성 서사'를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희애는 "전부터 대부분 남성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장르의 작품이 많 '남장을 하고 출연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부러웠다. 이렇게 여성 서사를 담은 작품에서 중심을 이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문소리 또한 "여성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흔치 않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여기에 한국에 수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이런 캐릭터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본 적 없는 캐릭터였다. '안 되겠다.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언제 이렇게 많은 여배우들이 모여 앙상블을 이루겠나. '우생순' 이후 처음이라 반가웠다"고 전했다.

서이숙 역시 "여성 서사가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배우들이 있단 걸 자랑하고 싶었다. 대기업 회장, 정치인 등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 작품은 판을 마련해줬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청일점인 류수영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성별을 지우고 봤다. '남성 정치인'이란 말은 없지 않나. '여성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여성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정치인'으로 봤으면 한다.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건 촌스럽지 않나"고 말했다.

또한 "성별을 나누지 않아도 인간의 욕망과 욕심 때문에 어떻게 변해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 또한 성별 없이 싸운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똑같이 놓고 보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김희애와 문소리였다. 이에 김희애는 "(문소리는) 감독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인지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더라. 굉장히 똑똑한 배우란 걸 느꼈다"며 "오경숙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다. 때문에 균형을 잘 유지하지 않는다면 어색하게 느껴질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이 어려운 역할을 역시나 문소리는 해냈다. 이래서 문소리 문소리 하는구나를 알게 됐다"고 극찬했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어렵기도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김희애의 눈빛을 보는데 극 중 황도희와 오경숙처럼 스르륵 맞춰지는 순간을 느꼈다"고 화답했다.

분위기 메이커는 류수영이었다. 문소리는 "여러 사람이 많이 출연하는 장면에서 정신이 없기 마련인데, 류수영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하는 리더십이 있더라"고 말했다. 서이숙은 "배우들의 호흡이 쫀쫀한 맛을 보시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 류수영과 서이숙, 문소리, 김희애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그러나 정작 김희애는 기대 말고 작품을 봐주기를 바랐다. 그는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은 기대 하지 않고 본 작품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너무 기대하지 말고 편안하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사실 이전 작품들도 나는 재밌는데 막상 평가는 짤 때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평가될지 겁도 나고 조심스럽고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모든 배우들이 마치 연극무대처럼 그 역할에 푹 빠졌었다. 각자 준비해온 연기를 어떻게 해도 받아주는 걸 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이처럼 정말 열심히 했다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오 감독은 앞서 넷플릭스 작품인 '더 글로리'와 '길복순'이 연이어 흥행한 점을 언급하며 "좋은 작품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건 우리 작품에도 좋은 영향이다. 두 작품과 큰 틀에서 여성 서사라는 건 비슷하지만, 우리 작품은 연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 달라. 한 명의 주인공이 중심이었던 앞선 작품들과 달리 '충돌의 연대'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메이커'는 오는 1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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