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서건후인데 서건후가 아니었다. 겉모습은 당연하고 실제 배경이나 스타일도 비슷한 점이 많다 보니 작품 속 서건후가 튀어나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한 뒤 5분…10분…20분, 시간이 흐를수록 캐릭터의 이미지가 점차 옅어졌다. 마지막 인사를 끝냈을 때는 오롯이 이민재로만 각인됐다. 극 중 강렬했던 캐릭터보다 더 매력적인 배우 이민재다.
이민재는 최근 <더팩트> 사옥에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 연출 유제원)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렸다.
이민재가 연기한 서건후는 부상으로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남해이(노윤서 분)에게 공부를 배우며 이선재(이채민 분)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이다. 세 사람의 풋풋한 청춘 로맨스는 남행선-최치열의 로맨스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기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삼각관계인 만큼 시청자들도 배우들도 선재파와 건후파로 나뉘었다. 개인적으로는 건후파였다. 마찬가지로 건후파였던 배우 전도연의 말이 그 이유를 대변했다.
"전 무조건 건후파였죠. 멋있고 매력적이잖아요. 연애는 건후 같은 스타일과 하면 재밌잖아요.(웃음)" (전도연)
인터뷰 전부터 이민재가 어떤 배우일지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실제로 만난 그는 '기대 이상'이었다. 매체 인터뷰가 처음인 신인배우의 긴장감은커녕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다. 그런데 그 답변을 막상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가벼운 말은 없었다. 2002년생인 이민재의 진중함에 '애어른'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서건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이민재였다.
'일타 스캔들'은 첫 회 시청률 4.0%로 시작해 6회 만에 10%를 돌파, 최종회에는 17.0%까지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많은 사랑 속에 16부작의 여정을 마친 이민재는 "감사한 작품이 마무리까지 잘 돼서 행복하다. 촬영이 끝날 때 감독님께서 꽃다발을 주면서 고생했다고 하는데 뭉클했다. 마지막 회 때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며 "이 여운을 없애고 싶지 않다. 그만큼 오래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어떤 작품이든 항상 아쉬움은 있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마다 스스로 고민도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과연 내 연기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들 때가 있어요. 물론 현장에서는 확신을 갖고 연기를 해요. 다만 돌이켜 봤을 때 아예 다른 스타일로 연기를 해봤으면 하는 선택에 따른 아쉬움이 있죠. 그럴 때마다 감독님한테 연락해보고 '잘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해요.(웃음)"
작품의 인기 덕분에 대중에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민재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SNS 팔로워 수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인기를 체감했다. 이민재는 "운동을 좋아해서 쉬는 날에 여러 운동을 한다. 그중 크로스핏은 다른 회원들과 같이 했었다. 그분들이 드라마 방송 후에 '혹시 맞죠?'라고 조심스럽게 묻더라. 최근에는 풋살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모르는 분들까지 반응을 해줘서 실감 났다"고 밝혔다.
반면 높아진 인기만큼 여러 생각도 들었단다. 이민재는 "날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겠다 싶었다. 특히 가족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오는 것 같더라. 내 얼굴이 곧 가족의 얼굴이 되는 것 같아서 더 잘해야겠다고도 다짐했다"고 전했다.
극 중 서건후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단연 '첫 등장' 신이다.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남해이를 안아서 잡아준 것이 발로 받쳐줬기 때문이다. 청춘 로맨스물의 클리셰를 벗어난 신선한 등장이었다. 이에 이민재는 "건후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는 생각했다. 리딩에서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파격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클 줄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등장 장면이 제 첫 촬영이었어요. 쉽지 않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감독님께서 하체 힘이 세냐고 물어보셨어요. 어렸을 때 태권도를 오래 했었기 때문에 나름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결국에는 버티기가 버거워서 와이어의 힘을 빌렸어요.(웃음)"
극 중 서건후는 남해이에게 공개고백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배우들끼리도 서건후와 이선재 중 과연 누가 먼저 고백을 할지 삼각관계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에 대본만을 기다렸다. 이민재는 막상 '고백 대본'을 받고 나니 막막했다.
그는 "가장 먼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공개고백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표현의 세기를 조절하고자 했다. 너무 표현하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최대한 힘을 빼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개 고백,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해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건후는 좋아하는 사람만 보이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터뷰 내내 이민재의 답변을 들으며 '사람이 참 깊고 무겁다'고 느꼈다. 아직 2002년생인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의외였다. 이민재는 "생각보다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약 11년간 운동을 했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버지께서 유도선수 출신인 데다 날 무도인으로 자라게끔 엄격하게 가르쳤다. 특히 예의나 태도 등을 중요하게 배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뼈대를 잡아줬다면, 마인드 등 섬세한 부분을 채워준 건 누나였다. 1남 1녀인 그는 '어른스럽다'는 성격 이야기가 나오자 한참 동안 누나를 언급했다. 자신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모두 누나 덕분이라는 이민재였다. 그렇게 이민재는 이후에도 긴 시간 가족에 대한 고맙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누나가 절 업고 키웠다고 봐도 무방하죠. 운동 그만두고 진로에 고민이 많을 때 누나가 먼저 손을 내밀어서 여러 방향성을 제시해줬어요. 평소에도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줘요. 어렸을 때부터 누나를 보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더 조심하라고 특히 말조심하라고 해. 그리고 어른들에게 항상 예의 바르게 해야 한다고 매번 강조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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