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코트 위, 더 빛나는 청춘들 '리바운드'[TF씨네리뷰]


장항준 감독, 감동·웃음 다 잡으며 성공적인 '본업 복귀'
'믿고 보는' 안재홍→'신예' 이신영, 완벽한 싱크로율로 뭉친 '원팀'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주)바른손이앤에이

[더팩트|박지윤 기자] 2023년 극장가를 이끈 키워드 '농놀'(농구 놀이)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턴을 이어받은 '리바운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감동 실화와 쫄깃한 농구 경기로 차별화를 꾀하며 '농놀' 신드롬에 불을 지필 준비를 마쳤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교체선수도 없이 단 6명의 선수로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을 이뤄낸 강양현 코치(現 3X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와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에 감동한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 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넷플릭스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와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집필해 기대감을 높였다.

리바운드의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본업으로 돌아와 관심을 모은다. /(주)바른손이앤에이

자신의 모교인 부산 중앙고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강양현(안재홍 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농구부 코치 자리를 제안받는다. 현재 농구부에는 과거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빛바랜 영광만 남아있을 뿐, 제대로 된 선수진조차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학교는 동문들의 원성을 피하기 위해 농구부를 없애지 않고 '명목상 유지'를 택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싼 코치', 이에 강양현은 적격이었다.

갑작스럽게 코치가 된 그는 '구색만 맞추자'는 학교의 의도와 달리 모든 자료와 인맥을 총동원하며 고군분투한다. 강양현은 슬럼프에 빠진 천재 가드 기범(이신영 분)과 부상으로 꿈을 접은 기범의 오랜 라이벌 규혁(정진운 분)을 비롯해 순규(김택 분), 강호(정건주 분), 최장신센터 준영까지 영입해 첫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였고 경기 직전 팀의 센터이자 에이스인 준영은 사라진다. 결국 중앙고는 무너진 팀워크로 몰수패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 가운데 판정을 납득하지 못한 강양현이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고 기범과 규혁이 경기장에서 다투다가 던진 공을 심판이 맞으면서 중앙고는 6개월간 경기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팀은 해산되고 코치를 그만두려던 강양현은 우연히 고교 시절 MVP를 수상했던 과거 자신의 선수 시절 영상을 보게 된다.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농구를 향한 진심을 전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 강양현은 다시 일어서며 선수들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기범과 규혁, 순규, 강호는 이듬해 신입생 선발을 통해 들어온 재윤(김민 분), 진욱(안지호 분)과 함께 전국 대회 본선 진출을 목표로 연습에 몰두한다.

단 6명의 엔트리로 전국대회 출전한 중앙고는 본선에서 단 한 명의 교체선수도 없이 연속으로 경기를 치르며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지만, 쓰러지지 않고 놀라운 기적을 써 내려간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며 그들의 '리바운드'가 시작된다.

안재홍은 강양현 코치로 분해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이신영과 정진운을 비롯한 신예 배우들은 탁월한 농구실력과 안정적인 연기 실력으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 /(주)바른손이앤에이

작품은 전반부 2점 슛을 하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 올리다가 단 6명의 선수로 전국대회에 출전한 후반부에 시원한 3점 슛을 꽂아 넣는다. 농구 경기의 박진감부터 실화의 감동과 적재적소에 배치한 웃음 코드까지 모든 것이 과하지 않게 균형을 이루며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스포츠 실화 영화의 우려를 지웠다.

이 가운데 돋보이는 건 장항준 감독의 영리함이다. 인지도가 아닌, 농구 실력과 실제 인물과의 외적 싱크로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그의 판단이 정확히 통한 것. 여기에 배우들의 연습과 연기력이 더해져 완성된 풋풋한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걸렸다.

또한 생소한 농구 용어를 자막으로 풀어내고 실제 중계진을 섭외해 현장감을 살리면서 농구를 잘 몰라도, 알아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코트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거친 숨과 바삐 달리는 농구화 마찰 소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등 모든 것 하나 놓치지 않으며 마치 온에어되는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일'을 뜻한다. 작품은 이 단어를 농구에 한정 짓지 않고 우리의 삶에 녹여냈다.

꿈을 접었던 25살 청년과 6명의 청춘들이 똘똘 뭉쳐 8일 동안 코트 위를 누비며 펼친 뜨거운 열정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 청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감대가 되며 위안과 공감을 준다.

실화를 소재로 감동을 배가시키며 적절한 웃음 코드와 생동감 넘치는 경기로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완성한 장항준 감독이다. 관객보다 작품을 일찍 본 입장으로서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의 등장에 반가움을 느낀다. 12세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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