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배누리는 과거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가족을 언급한 바 있다. 친언니가 무작정 광고 모델에 지원서를 넣어 합격한 것이 데뷔 일화이기도 하고, 그간 본인이 출연한 작품들을 봐주고 피드백을 해준 사람 중에 늘 가족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그런 그가 "여태껏 어디 가서 가족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다시 가족을 언급하며 웃었다. 가족들이 출연작을 모니터 해주지만 그간 다소 냉정하게 평가를 해줬다면 이번 KBS 일일드라마 '내 눈에 콩깍지'는 '잘했다'는 칭찬을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누리의 배우 활동 원동력이자 든든한 지원군, 또다시 말을 꺼내도 입이 아프지 않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족들이 그동안 제가 나온 작품을 전부 봐주시긴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냉정한 평가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번 드라마도 냉정한 평가도 있긴 했는데 '굉장히 잘했다'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또 부모님뿐만 아니라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분들, 먼 친척분들까지 연락이 와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라 그런가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께는 제가 그동안 연기를 한다고 한다고 했지만 챙겨보실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었으니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진 못하셨거든요. 일일드라마를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많이 보여드리고 이렇게나마 효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뿌듯해요."
"그럼에도 가장 원동력이 되는 부분 중에 하나가 가족이에요. 배우 일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우울할 때나 슬플 때가 있고, 기분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잖아요. 만약 혼자 있었더라면 조금 더 지쳤을 것 같기도 해요. 아직 가족과 같이 살고 있긴 하지만 곁에 가족들이 있으니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가족 드라마를 하기도 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배누리는 과거에도 일일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내 눈의 콩깍지'만큼 비중 높은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일극 특유의 짧은 호흡과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로 피로감도 컸을 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가 짧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어떻게 쉬고 있는지, 또 하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는 무엇인지 물었다.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웃음) 그것보다 사실 그때마다 다른데 일을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할 때에는 저한테 여유를 주려고 하고, 그날그날 하고 싶은 거에 따라서 몸을 맡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쉬다가 계획 같은 거를 짜서 다시 규칙적으로 운동이나 뭔가를 배우거나 하면서 쉬는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해야 하는 것들을 웬만하면 계속 일상에 넣어서 하려고 합니다."
"약간 베짱이 같은 생각이기도 한데 촬영을 시작하면 '이것만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중후반이 되면 '빨리 다음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요. 어떻게 보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귀한 기회잖아요. 제가 언제까지 일이 주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언제든지 소처럼 일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는 다 하고 싶고 너무 많은데 '더 글로리' 같은 장르물도 너무 좋고,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사람 인생 이야기를 담는 휴먼 드라마도 꼭 해보고 싶어요. 소처럼 일할 자신 있습니다(웃음)."
배누리가 외롭고 슬프지만 굳센 미혼모 캐릭터 영이로 분한 '내 눈의 콩깍지'는 123부작 일일극이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반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 세트장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헤어질 때 아쉬움도 컸을 그다. 종방연이나 뒤풀이 때 재미난 사연이 있냐고 물었더니 '눈물의 에피소드'를 전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제가 진짜 잘 안 울거든요. 근데 종영하고 첫 뒤풀이 때 꽤 오랜 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제가 한 분 한 분 자리로 가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저를 많이 배려해주신 플로어 감독님 포함해 모든 스태프분에게 감사한 마음은 물론 묘한 감정들이 북받쳐 오면서 울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회식 때 다들 저한테 '그날 왜 그렇게 울었냐'고 걱정해주실 정도였어요. 8개월가량을 쉼 없이 달렸는데 구박받던 영이가 느낀 서러움이나 고생들이 저에게도 많이 와닿아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이가 눈물신도 많다 보니까 촬영하면서 눈물을 다 흘려놔서 뒤풀이 때는 정말 안 울 줄 알았거든요.(웃음) 두 번째 회식 때는 울지 않고 너무 즐겁게 잘 보낸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미혼이긴 하지만 '내 눈에 콩깍지'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이 세상에 모든 엄마가 정말 대단하고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까지 하는 '슈퍼맘'은 그 누구보다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본인도 너무 소중하니까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자식보다 귀한 건 없다는 말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크게 느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거를 더 많이 찾아서 본인의 행복도 많이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배누리에게 오랜 시간 함께한 영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자 "기자님 오늘 목표가 저 울리시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의 모든 영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긴 배누리는 자기 모습으로 8개월간 함께한 이영이를 진심으로 안아줬다.
"회식 때 제가 많이 울었기 때문에 그때 영이를 꽤 보내준 것 같은데, 아직 제 사진첩에 너무 많은 추억이 담겨 있어요. 8개월 간 한 게 촬영밖에 없어서 그 사진이 사진첩에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이렇게 영이를 보내주기에는 아직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 행복하게 끝나서 좋아요. 영이는 경준이랑 미리내랑 아주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분 좋게 영이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일상을 다시 찾을 테니 영이에게는 '잘 살아라. 그리고 잘 살았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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