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소리꾼 장사익은 국내 가요계에서 순수 국악풍의 목소리,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음악세계는 광범위하게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젊은 인기가수들조차 존경과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일 만큼 독보적이다.
"음악은 '희로애락'입니다. 저한테는 노래가 곧 삶이요, 인생이죠. 제가 추구하는 음악은 기교보다 자연스러움입니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으며 뛰노는 것처럼 내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보험판매원, 딸기장수, 카센터 수리보조 등 15개의 직업에 종사하다 45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애잔한 울림으로 다가서는 그의 독특한 음색은 '2018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부른 애국가로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장사익은 장르 구분을 따로 하지 않는 가수이기도 하다. 겉모양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순리를 중시한다. 자신의 곡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동백아가씨'나 '대전블루스' 등 대중의 귀에 익숙한 가요를 리메이크해 재해석하기도 한다.
'봄날은 간다' 역시 그가 불러 리바이벌 히트를 만든 노래다. 원곡가수 백설희 이후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 했지만 같은 노래라도 장사익이 부르면 느낌이 다르다. 공연 무대에서도 하이라이트로 꼽힐 만큼 기타 반주의 구성진 목소리는 가슴을 적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장사익 '봄날은 간다' 가사 1절)
장사익은 언론계 지인이 세상 떠났을 때 빈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작가 이청준 장례식장에서는 '황혼길'을 헌창했고, 모친이 타계했을 때는 상주로서 직접 '비내리는 고모령'을 불러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빈소는 노래로 진정한 슬픔을 교감하고 망자를 달래는 곳"이라고 말했다.
장사익이 정식 음반을 낸 것은 95년 1집 '하늘소리'다. 생계를 위해 태평소를 배우고 이광수 사물놀이패에서 연주하다 피아니스트 임동창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그 무렵 홍대 예극장 등 소극장 공연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와 바람을 일으켰다.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다시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그는 2년마다 타이틀을 바꿔 정기 공연을 해왔다. 정식 데뷔 전까지 그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가운데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곡을 썼다. 1집에 선보인 '찔레꽃' '꽃섬' 등은 지금도 마니아층이 두텁다.
장사익은 내는 음반마다 매번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그대로 투영해 오는걸로 정평이 나있다. 95년 이후 '기침' '허허바다' '꿈꾸는세상' '사람이 그리워서' '꽃구경' '역' '꽃인듯 눈물인듯'을 거쳐 9집 '자화상'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장사익의 노래는 마치 피가 끓는 듯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오르는 마성의 소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유쾌함이나 기쁨보다는 울적함과 처절한 슬픔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이유다. 나훈아 조용필이 부럽지 않은 공연티켓 파워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