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3일 유튜브에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K팝의 인기가 한시적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우려해 SM 인수에 적극 뛰어든 게 있다"며 "하이브의 SM 인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는 건 완전히 선전용 용어다", "지분 인수를 통해 SM의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다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최근 이수만 SM 창업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고 SM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SM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방 의장은 SM 인수에 대해 "K팝 성장률을 보면 둔화하는 게 명확하게 보인다. 방탄소년단 군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면 다행인데 사실 일시적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대로 놔뒀을 때 더 위험할 수도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SM 인수에 나섰다. 지금보다 K팝이 더 확실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올라가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이브가 2021년 이타카 홀딩스를 시작으로 최근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 등 여러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하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 역시 K팝의 점유율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방 의장의 설명이다.
하이브가 SM 인수에 나선 것을 두고 K팝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업계를 다 가져가려고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음반 시장에서 굉장한 과점이 일어날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음반이 어디서 팔리고 있는지를 분석해 봐야 한다"며 "배송 대행지를 통해 해외로 나가는 물량을 빼고 나면 SM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파는 CD 물량을 다 합쳐도 절대적으로 독점이 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공연도 있고 MD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적대적 M&A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대주주, 과점 주주의 의사에 반해서 매집하는 게 적대적 M&A다. 대주주 동의 하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수한 것에 대해 적대적 M&A로 규정하는 건 선전용이다. 반대로 매니지먼트 팀이 대주주 없이 분산 점유해 마음대로 운영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기존에 하이브가 강조했던 것처럼 방 의장 역시 SM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
방 의장은 "SM처럼 훌륭한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슬퍼했던 사람이다. 저희가 지분 인수를 통해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다 해결했다"며 "하이브는 예술가들의 자율성을 건드리지 않고 경영적 프로세스에 대해서만 좋은 회사가 되도록 도와주는 회사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수만 전 총괄은 SM으로부터 프로듀싱비를 받는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2022년 12월 31일부로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SM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 1월 15일 SM은 이사회 구조 개편을 알렸고 2월 3일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 대표가 멀티 제작센터 레이블 체계를 골자로 한 'SM 3.0'을 알렸다. 공동 대표는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고 실현할 수 있도록 SM 3.0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밝혔고, 이는 사실상 이수만 전 총괄의 퇴진을 의미하는 변화였다.
2월 7일 카카오가 등장하면서 SM의 경영권 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카카오가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얻는 방식으로 지분 9.05%를 확보한 것. 더불어 SM은 카카오, 카카오엔터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수만 측은 즉각 반발, 8일 법무법인을 통해 카카오와 손잡은 SM에 대해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일 메가 딜이 발표됐다. 이수만이 방시혁의 손을 잡은 것.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SM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 공개매수도 실시해 경영권을 위한 지분 4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하이브와 SM은 하루에도 몇 번식 각자의 입장을 전하면서 소액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에 실패하자 이를 방해하는 비정상 거래가 있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 전 총괄의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6일 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오는 31일 SM 정기 주주총회까지 양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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