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를 전달하기 위해 설정한 장치도 알겠다. 하지만 출발점부터 납득하기 어려우니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단순히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가진 경험의 차이가 감상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영화 '멍뭉이'다.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이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영화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민수는 3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진심을 눌러 담아 쓴 편지와 빛나는 반지로 프러포즈한다. 하지만 결혼 약속의 기쁨도 잠시, 여자친구는 개 침 알레르기가 있고 민수의 반려견 루니를 만날 때마다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를 알게 된 민수는 새롭게 가족이 될 여자친구와 11년간 키워온 루니 사이에서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결국 루니를 입양 보내기로 한다. 이후 그는 사촌 형 진국과 함께 자신만큼 루니를 사랑해줄 수 있는 새로운 집사를 찾으러 나선다.
하지만 주변에서 루니에게 적합한 반려인을 찾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은 결국 SNS에서 발견한 게시물을 보고,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민(김유정 분)님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향한다. 이렇게 '멍뭉이'는 민수와 진국이 루니의 새 가족을 찾아다니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을 마주하는 과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냈다.
민수는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루니의 새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으면서 반려견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어머니가 숨을 거두며 트라우마로 남았던 집을 개조해 모두가 함께 살기로 한다.
또한 민수와 진국은 새 집사를 찾으러 떠나면서 고속도로 근처에 버려진 강아지 박스를 발견하는가 하면, 유기견 센터의 열악한 환경과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까지 마주하며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유기견 문제를 다룬다.
이제 반려견은 단순히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3년 사귄 여자친구를 위해 11년간 키워온 루니에게 새로운 집사를 찾아주려는 설정 자체가 당황스럽다. 함께 한 시간만으로 따지면 루니에게 더 마음이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여자친구와 함께 루니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SNS를 보며 해맑게 입양처를 찾는 그의 모습은 더욱 의문만 안긴다. 많은 반려인이 민수와 같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비반려인이기에 그 이유를 예상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다.
하지만 민수가 처한 상황과 행동은 같은 고민을 하는 반려인들에게 공감도, 위로도, 교훈도 되지 않을 듯하다. 극초반부터 설득되지 않으니 작품이 주려는 착한 메시지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 반려인이 본 '멍뭉이'는 다를까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물론 스크린을 가득 채운 개들은 존재만으로 귀여움을 뽐내며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또한 제주도의 광활한 바다와 시원한 바람 등은 숨통을 트이게 한다. 여기에 박진주 류수영 김지영 김유정 등이 깜짝 등장해 극에 활력을 더한다. 러닝 타임은 113분이고 전체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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