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나 아닌 게 없어"…허성현, 악플·변덕도 못 흔드는 확신


24일 더블 싱글 'Midnight law' 발매

최근 쇼미더머니11에서 준우승한 허성현이 24일 오후 6시 더블 싱글 Midnight law를 발매한다. /아메바컬쳐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힙합 뮤지션 허성현(Huh)은 커리어가 길지 않지만, 과정이 알찼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뚝심이 있다. 올해 첫 결과물은 그런 허성현을 오롯이 보여준다.

2019년 '쇼미더머니8' 출연 후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20년 '쇼미더머니9'에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힙합 명가 아메바컬쳐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꾸준히 결과물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대부분의 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첫 정규앨범 '926'을 발표하면서 본인 음악 인생에 유의미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 후 허성현은 다시 한 번 '쇼미더머니111'에 도전했다. 우직하게 음악에 매진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내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빼어난 실력과 더불어 다양한 예능에서의 활약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영지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허성현에겐 값진 도전이자 성과였다.

"목표가 2등이었어요. 딱 2등을 해서 기뻐요.(웃음) 전혀 아쉬운 목표가 아니고 1등 뒤에 2등이 있을 뿐이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은 센 랩만 하고 싶은 게 아닌데, 랩 서바이벌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아무래도 다른 걸 할 때 '왜 이런 거 해?'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고 그 말이 듣기 싫어서 1등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쇼미더머니'에 세 번 나갔는데 늘 더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또 나가면 이제 우승을 해야되는데 그래서 나가고 싶지 않아요.(웃음) 음악 하는 사람을 만나는 거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태도가 멋있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을 보고 겪고 느끼고 빈 공간들을 채웠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고 도움이 됐어요."

지난 연말 '쇼미더머니111' 준우승으로 기분 좋게 2023년을 시작한 허성현은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간 결과물을 준비했다. 더블 싱글 'Midnight law(미드나잇 로우)'다.

"2019년 첫 싱글을 낼 때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지금도 가장 나다운 게 뭘까를 고민하며 만들고 있어요. 본질은 그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어렵지만 지금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해요. 다 쓰고 나서 가사를 봤을 때 예쁘게 쓰려고 했다거나 사실이 아닌 게 들어갔다거나 그런 게 없어요. 그 외 장르적으로는 열려 있어요."

이번 더블 싱글은 'Midnight law'(Feat. 스키니 브라운)'와 'HDYF'(Feat. 해쉬 스완)' 총 두 곡의 타이틀곡이 수록됐다. 허성현은 'Midnight law' 작사 작곡, 'HDYF' 작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녹였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곡은 허성현의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피처링 아티스트 스키니 브라운, 해쉬스완과의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다.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공연을 하면서 관객 분들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쉽게 알 수 있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만족도는 80% 정도예요. 시도할 수 있는 거나 표현하고 싶은 게 잘 들어가 있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어요. 다만 나중에 언젠가 내야지 싶은 곡이었으면 뭔가를 더 했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허성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내 생각을 담지만 태도는 더 진지해졌다. 전 그때 그때 선택을 신중히 한다. 10년 뒤가 어떨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그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음악 방향이 어떻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메바컬쳐 제공

'HDYF'는 'How Do You Feel(하우 두 유 필)'의 약자로 '쇼미더머니' 이후 무작정 자신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잘 나가는 나를 보니 기분이 좀 어때?'라는 직설적으로 던진다. 중독성 강한 비트와 타이트한 래핑이 강렬한 무드를 이끈다.

'그러니 쫓긴 것처럼 달렸는데 손에는 채권 / 일하다 보니 야간수당 없이 왔네 개처럼 / 빛 보니 내 여자 역시 어지간히 예뻐 / 그때 어리광이 해냈네 아빠 나 이만치 했어', 'How do you feel 질투쟁이 빼곤 내 곁에 모여', '난 뼛속까지 성골 아니 성공 위해서 태어난 놈 / 노력이 다했다고 쳐도 너네는 못해 나처럼' 등의 가사가 사이다처럼 톡 쏜다.

"제가 악플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웃음) 실제로 작업실에 모여서 악플 발표회도 해요.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타격이 없어요. 생각나는 악플이 없는데도 매일 찾아봐요. 일단은 재미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나 싶을 만큼 참신하게 욕을 하더라고요.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이렇게 리액션이 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고요."

'Midnight law'는 술을 마신 후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을 담은 노래다. 이별 후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담은 가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잔잔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랩으로 시작해 미성이 돋보이는 후렴까지 허성현의 독보적인 음색과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아마 내일 후회할 게 뻔해 그게 몰려올 때쯤에 취하겠지 술에 / 네가 보고 싶은 건 오늘의 나고 내일은 아냐', '외로움을 연거푸 들이키니 다른 날 마주해'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가사에 서정적인 'Oh in Midnight law 안된다는 걸 알지만 Call you with my lonely(콜 유 위드 마이 론리)'가 반복돼 감성의 깊이를 더한다.

"전 제 목소리를 안 좋아해요.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좋거든요. 예전에도 지금도 말하는 목소리도 랩 톤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안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포기했어요.(웃음) 나오는대로 편하게 부르려고 해요. 보컬 연습도 많이 하는데 나와 가장 가까운 목소리일 때 메시지 전달도 사실적으로 들리는 거 같거든요."

이는 허성현이 생각하는 힙합의 멋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의 연장선이다. 그는 "힙합은 멋을 중요시하는 문화인데 가장 솔직한 그 사람 자체가 드러날 때, 겉모습과 음악이 매치될 때, 평소 말투나 얘기가 음악에 그대로 나올 때, 사람 자체가 음악으로 표현될 때 멋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허성현은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솔직한 자신을 음악에 담으려고 한다. "변덕이 심해서 장기 목표를 세우기 어렵다"는 허성현이지만 뿌리는 깊게 내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내 생각을 담지만 태도는 더 진지해졌어요. 전 그때 그때 선택을 신중히 해요. 10년 뒤가 어떨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고 궁금해요. 그냥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음악 방향이 어떻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하고 싶은 건 단독 콘서트예요. 이젠 곡 수도 많이 생겼으니까 꼭 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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