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정수빈'②] "'바빌론' '슬램덩크' 팬…온기 전하는 배우 되고파"


"'나의 아줌마'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8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배우 정수빈은 데뷔 3년차 배우라는 게 믿기 어려울 만큼 생각이 깊고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배우였다. /남윤호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대중에게 비춰진 정수빈은 데뷔 3년 만에 공중파 드라마 주연을 맡은 주목받는 20대 초반 신예 배우다. 지난해 연기한 '소년심판' 미주, '너와나의 경찰수업' 선유, '3인칭 복수' 소연, '아일랜드' 수련, '트롤리' 수빈까지 모두 강렬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주목도도 높았다.

특히 '트롤리' 수빈은 전작보다 더욱 강렬하고 암담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였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다가 '나쁜 짓'에 손을 댄 어두운 과거와 남을 증오하는 마음, 불완전한 사회성, 항상 터져 있는 입술 등이 수빈을 수식했다.

그러나 "제가 생각보다 밝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배우 정수빈의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신예 배우처럼 느껴졌다. 무엇이든 정리하면서 말하는 습관 때문에 제작발표회 당시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던 별명 '다나까 문학소녀'가 여전히 베어 있어 생각이 깊고 차분하게 말을 참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최근 그를 흠뻑 빠지게 만든 영화 '바빌론'과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이야기를 꺼낼때면 순수한 아이처럼 좋아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연기자 정수빈을 만나 연기와 배움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엿들었다.

-배움에 대한 정수빈의 철학이 인상 깊다.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정수빈의 생각도 궁금한데.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언가 학습을 해야하나' '운동을 해서 배워야하나' '밖에서 어떤 배움을 계속 찾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통해서 저절로 배워지는 걸 '트롤리'를 통해 느꼈다.

종영소감 때 배운 것이 가장 컸다고 말한 점이 함께 해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수빈이를 연기하면서 염려와 걱정이 많았었는데, 배우님들 스탭분들 작가님들 한 분 한 분 같이 작업을 하면서 행복을 알게 됐다.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극 초반 어두운 면이 강조됐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밝게 성장해가는 김수빈 역을 맡아 열연했다. /SBS 트롤리 영상 캡처

'트롤리' 제목 자체가 딜레마다. 그래서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혼자 어떤 선로를 택해야하는 상황에서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 있다면 전차를 멈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차를 멈출 수 있으면 희생하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을까. 촬영장에 모든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수빈이가 나왔다. 배우는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야 빛날 수 있는 것 같다.

피해자들의 진실을 밝혀주는 세상에서 그런 진실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소외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시청자분들도 제가 '트롤리'를 통해 배운 '전차를 멈추는 힘'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2019년 영화 '주근깨'로 데뷔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출연한 여섯작품 모두 드라마였다. 팬들은 스크린에서도 자주 보고 싶을 것 같은데. 또 최근 SNS에 '바빌론'을 포스팅하셨더라. 이유가 있다면.

사실 '소년심판' 이전에 영화를 하나 찍었다. '트롤리' 이전에 상업영화로 먼저 인사드릴 수도 있었는데 아직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어 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바빌론'은 진짜 너무 너무 좋았다. 저에게 여행 공간이 심야영화관일 정도로 심야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동안 촬영을 하다보니 영화를 못봤는데, '바빌론'은 개봉날 마침 스케줄이 돼서 보러 갔다. 바빌론이라는 번영한 제국이 지금은 없지 않나. 한 시대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어른이 되는 법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빌론'에서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 영화계는 또 디지털시대까지 발전했다. 제가 지금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됐다. 실제로 제가 좋은 선배님들 만나면서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정수빈은 트롤리 종영 후 가진 <더팩트>와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또 '바빌론'을 보면서 후대에 바톤을 잘 넘겨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칼럼니스트 기자가 너무 멋지게 나온다. 제일 빛났다. 배우들이 볼 수 없는 측면에서 봐주시는 시각이나 현안이라고 해야 하나. 그 장면을 보는 순간에 저도 모르게 울고 있더라. 러닝타임이 길고 대중적이지 못한 영화일 수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슬램덩크'가 너무 좋았다. 제가 '슬램덩크' 세대는 아니지만 정말 놀라면서 봤다. 극 중 나오는 스포츠맨십이라던가 침묵을 깨는 지점 등이 너무 멋졌다. 모든 회차가 다시 전체적으로 리메이크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연기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실 독자 분들께도 한 마디 부탁한다.

제가 생각보다 밝다. (웃음)막 '20대' '청춘' '파이팅' 하는 것도 해보고 싶다. '아일랜드' 때 김남길 선배님께서 직접 액션을 하는 것을 보고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을 살면서 애쓰려고 하는 마음보다 지금 자체도 '괜찮다' '멋지다' '굳이 하려하지 않아도 된다'처럼 이 순간에 대해 묵묵히 응원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 앞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나의 아줌마'가 있다면 꼭 하고 싶다.

제가 아픈 인물들의 서사를 다루면서 너무 감사했던게 시청자분들이 정수빈이라는 배우가 아파 보인다거나 힘들어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건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기억해주시는 게 좋았다. 어쩌면 제가 또 다른 아픔을 연기해야할 때 저라는 인물이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인물을 비출 수 있게, 위로가 될 수 있고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또 다른 아픔을 겪지 않게 꾸준히 배우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 이름이 '수빈'이 빛을 받는다는건데 막연히 빛을 내고 받기보다 따뜻한 온기 전해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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