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때론 극강의 공포감을 형성한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하 '스마트폰') 제작보고회가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태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임시완 천우희 김희원이 참석했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마트폰을'은 평범한 회사원이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를 그린다.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소재를 내세워 공포감과 긴장감을 형성한다. 김태준 감독은 "우리의 일상을 24시간 함께하는 스마트폰은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다. 이러한 스마트폰이 악한 사람에게 무방비로 노출됐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스릴러 영화"라고 소개했다.
원작에 대해 "책이 술술 읽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언급한 그는 "4년 전부터 글 작업에 들어갔다. 내가 신인이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 고민을 많이 했고 그때부터 콘티 작업을 미리 시작했다. 경험이 적어서 할 수 있던 발악"이라고 밝혔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미라는 캐릭터를 잘 못 잡고 있었다. 어느 날 천우희 배우의 일상이 담긴 유튜브를 보면서 '아 이게 나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나미에게는 천우희 배우의 말투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캐릭터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래서라도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에 대해서는 "빌런을 상상할 때 무기가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최신형 스마트폰이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펼쳤을 때 임시완 배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특유의 바른 이미지의 악한 캐릭터를 입히면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임시완은 극 중 준영 역을 맡았다. 준영은 나미(천우희 분)의 스마트폰을 주워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뒤 섬뜩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임시완은 김희원을 통해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는 "형님이 같이 차 한잔 마시자고 연락을 주셔서 만났는데 몇 시간 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역할을 맡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작품의 대본을 처음 읽게 됐다. 대본이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고 밝혔다.
김희원은 임시완을 떠올린 이유에 대해 "임시완을 보면 바르고 깨끗한 이미지가 있다. 이런 사람이 준영 역을 하면 보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준영은 상대방 스마트폰을 주워 아이덴티티를 뺏는 역할이다. 이는 단순하게, 편협하게 긍정적인 목적이 아니라 본인 취미 생활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할 때) 진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열심히 상대방을 해하는 것보다 내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상대방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가 더 섬뜩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평범한 직장인 나미로 분한다. 나미는 스타트업 회사의 마케터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후 사건을 겪으며 점점 변해간다. 그는 "평소에는 평범하게 직장 생활하는 장면을 통해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면 영혼과도 같은 핸드폰을 떨어뜨린 뒤에는 무방비로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시청자분들이 날 나미로 잘 따라가게끔 안내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사건까지 잘 따라가게 하려면 전체적인 힘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징을 준다기보단 보편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게 극을 잘 이끄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희원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형사 지만 역을 맡았다. 그는 "사실 스마트폰 분실은 굉장히 사소한 일들 중 하나이지 않나. 그런데 이 사소한 것 하나로 인해 일이 굉장히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직업적으로 형사는 많이 해봤다. 이번 영화에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 하는 권위주의고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에 중점을 뒀다. 표현을 못 하다 보니 대화도 안 되고 자기만 화목하다고 느끼는데 정작 가족은 화목하지 않다. 이런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는 문제들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배우들과 김 감독은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먼저 임시완은 "스마트폰이라는 거 자체가 어느 나라에만 쓰는 게 아니라 전 세계 통틀어 1인당 1대씩 보급된 게 현실이다. 의존도가 매우 높아 공감대가 많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 밀착형 공포감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은 "190여 개국에서 공개된다는 게 놀랍다. OTT가 대단하고 이게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거 같다. 해킹당하거나 없어진다면 충격일 것이다. 요즘 핸드폰으로 많이 보지 않나. 보다가 떨어뜨리지 말고 잘 보길 바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스릴러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가장 먼저 보는 것"이라며 "누구보다 빠르게 이 영화를 시청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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