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인생 캐릭터' 경신이다. 배우 유연석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통해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가감없이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코믹이나 극적인 반전 요소를 빼고 현실에서 볼법한 '찐 사랑' 이야기를 다뤘기에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착도 상당하다.
유연석도 이에 동의했다.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에서 은행원 하상수 계장 역을 맡았다. 상수는 명문대를 졸업해 은행원이 되고 일도 잘하고 사회 생활을 잘한다. 배려심도 깊고 섬세한 센스도 갖춘 다정한 남자다. 그런 그가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퍽퍽한 고구마를 물도 없이 마구 먹은 듯한 우유부단함으로 실망을 안긴다.
'사랑의 이해'는 상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에 작품은 상수의 마음에 들어와 있는 수영(문가영 분)의 진심을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서로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표현했지만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는다. 의문은 자책으로 바뀌고 자책은 스스로 만들어 놨던 나라는 사람을 처절하게 무너뜨린다. 사랑하는 감정보다 사회적 지위나 자신의 처지를 더 크게 생각한 수영을 이해하면서도, 사랑에 빠진 남자가 사랑을 이룰 수 없을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상황들이 유연석만의 표정과 연기로 완성됐다.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상수 그 자체였다. 유연석은 TV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상수를 진심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주인공들의 선택이 시청자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을지라도 연기자로서 그 감정들이 온전히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주변 반응이 뜨겁다.
시청자분들 반응 보면 초반에는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다고 하다가 후반으로 가면 1000개로 늘어나시더라(웃음). 보시는 분들이 계속 고구마를 드시면서 보시는 지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의 답답한 심정들을 나름 공감해주시면서 보신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청자분들도 각 자 입장에 대입해서 보다보니 상수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봐주신 것 같다.
온라인에서 서로 막 누가 옳다며 변호하고 있는 댓글을 많이 봤다.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인터뷰도 하고 싶었다. 상수의 행동이 누군가에겐 찌질하게 보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솔직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나.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모른다. 머리가 하라고 하는 것과 가슴이 하라고 하는게 항상 같은 길을 바라보지 않지 않나. 그래서 저도 상수에 대한 판단을 배제하고 최대한 그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을 것 같다. '반듯한 남자'였던 상수가 사랑에 허우적대면서 피폐해지기도 하는데.
후반부때는 좀 그랬다. 미경(금새록 분)이랑 헤어지는 과정, 미경이랑 헤어지고 수영이랑 헤어지고 막 그럴 때 힘들었다. 유독 춥기도 했다. 실제로 영하 10도 넘는 날씨에 그런 신들을 촬영하는 상황이 생기다보니 그런 감정들을 집중하기가 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실내로 돌려서 찍은 것도 많다. 미경과 '500원 이별' 신도 원래 한강에서 서서 하는 건데 그날 영하 15도였어서 차로 장소를 바꿔 찍었다. 상수가 감정적으로 힘든 신들을 찍을 때 저 역시도 힘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사랑을 이해했는가. 실제 연애스타일도 궁금하다.
더 모르겠다(웃음). 시청자 분들도 '사랑의 NO이해'라고 하시는데 공감된다. 저도 드라마를 하면서 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라는 단어나 감정에 대해서 뭐라 표현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상수를 연기하면서 예전에 짝사랑했던 감정들이 많이 생각났다. 온전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그 감정들. 제가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까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공감했다고 해야할까. 상수, 수영, 미경, 종현(정가람 분) 모두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택을 한 상수를 욕하고 싶진 않다. 상수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공감했다. 상수는 미경에게 큰 미안함을 느끼지만 미경과 연애는 온전치 않았다고 본다. 결국 자기 마음의 길로 찾아간 게 아닐까. 그 선택이 잘했다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 주인공들의 선택이 이해가 안될수도 있지만 저는 연기자로서 제 감정들이 온전히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을 받고 줄 수 있는 연애가 제일 좋지 않을까. 한 쪽만 좋아한다고 해서 연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저도 막 감정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편은 아닌 듯하다.
-작품이 상수의 시점에서 진행되다보니 중간에 나레이션도 많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을까.
서강대 언덕길 장면에서 수영이가 "내가 뭘 잊었으면 좋겠냐"고 할 때 상수가 "힘든 하루"라고 답을 한다. 그게 약간 제게도 위로가 됐던 것 같다. 나레이션들도 좋은 게 많았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이라는 나레이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랑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각자의 사연이 있고, 다들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안에서 당사자가 되면 너무 힘들고 복잡하지 않나.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게 전부일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 그 한 줄이 생각난다.
-사랑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고 있을 수많은 상수와 수영에게 한 마디 하자면.
상수만 보자면 망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어긋나는 것 같다. 망설이기 보다는 여러가지 책임이 따르니깐 고민되는 거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게 맞는 것 같다. 결국 후회하면서 더 돌아가는 것보다 내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게 좋지 않을까. 상수는 너무 많이 돌아간다. (웃음) 저희 작품에서 여러 케이스들이 많이 나온다. 많은 것들을 따지고 비교하기 보다는 내 마음에 솔직해 지는 게 좋은 것 같다.
-30대 마지막에 정통 멜로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상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멜로 드라마를 또 언제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앞서 말했지만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 세월을 초월한다거나 극적인 스토리 같은게 아닌 아주 평범하고 현실적이면서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싶었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촬영할 때는 상황에 집중하다보니 표현을 조금 덜하면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걸 더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상수를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연기적으로 많이 배운 것 같고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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