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어딜 여자가 함부로 주방에 들어오려고 해, 이곳은 나의 영토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주부 대통령'이란 닉네임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평정한 인물이 있다. MBN '불타는 트롯맨'의 신명근이 그 주인공이다.
신명근은 7일 방송된 '불타는 트롯맨' 본선 3차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매 라운드 마다 넘치는 끼와 순발력을 발산하며 나홀로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는 첫 무대에서 현진우의 '나의 영토'를 부른 뒤 주방을 상징하고 주부들을 대변하는 '국자 퍼포먼스'로 방청석을 달궜다. 이 열기는 본선 1차전 '어이'(크레용팝)와 본선 2차전 '남자 대 남자' 무대에서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매 라운드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과정이라 작은 실수 한번으로 눈물을 삼키는 상황을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아요. 다만 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만큼 모든 것을 충분히 다 보여줬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어요."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그는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완벽한 보컬실력도 보여줬다. 스스로도 몰랐던 재치 순발력 등 잠재적 예능감 역시 음악적 자신감 덕분에 토해낼 수 있었던 산물이라고 자부한다.
"이전까지는 서정적이면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음악만이 저의 모든 것이란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같아요. 이제는 제가 가진 잠재력을 일부러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산하려고 합니다. 그게 이번 경연에서 스스로 발견한 저의 참모습이었던 거죠. "
신명근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연극 '에쿠우스' '발칙한 로맨스' '잇츠유',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 '지킬앤하이드' 빨래' 짝사랑' '미라클' '여우비' '정조대왕', 영화 '그 강아지 그 고양이' '바다의 노래' 등에 다수 출연했다.
어려서부터 꿈꾼 연기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생계를 위해 보컬레슨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삶의 쓴맛 단맛을 다 맛봐야 했다. 그래도 매번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맞서고 주저하지 않았다. 유명 호텔 전속가수로 라운지에서 노래를 부른 경험도 있다.
운이 없어 전재산을 날린 일은 지금도 가슴아픈 기억이다.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던 중 모든 걸 접고 가족과 함께 베트남 다낭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쇼핑 매장 영업을 시작했다. 모처럼 전망 좋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하필 코로나가 엄습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거꾸로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번 '불타는 트롯맨' 출연은 이전에 도전했던 MBC '트로트의 민족' JTBC '팬텀싱어' 등을 포함해 새로운 자신감을 얻는 기회가 됐다. 그는 노래와 춤, 예능까지 다재다능의 멀티플레이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 느낌이에요. 수많은 실패와 힘들었던 경험들이 저를 단단하게 담금질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방송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쌓은 경험들은 소중한 밑거름이 될 맘껏 발산할 자신이 있어요."
신명근은 최근 남진 설운도 심수봉 조정민 등이 소속돼 있는 토털연예기획사인 루체엔터테인먼트(대표 신현빈)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지금껏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해 숨은 보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속사 대표님의 말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