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걸스플래닛999'의 '떡밥'은 CLC 멤버 최유진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보이즈 플래닛'은 펜타곤 멤버 후이다. 엠넷은 역시나 뻔하지만 안정적인 코스를 택했다. 시스템에 일부 변화를 줬다고 하지만 구성은 다를 게 없었다. 기댈 것은 참가자들의 실력과 매력인데 이 부분에선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이즈 플래닛'이 지난 2일 첫 방송됐다. 95명의 연습생들이 간략한 소개와 함께 차례로 스튜디오에 등장했고 스타 레벨 테스트를 통해 등급이 나뉘었다. 이미 숱하게 본 구성과 장면 등 클리셰들들의 집합체였다. 질리도록 먹어 본 밥상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꽤 재미있게 2시간을 채웠다.
먼저 시작부터 몇 가지 직관적인 변화가 있었다. '걸스플래닛'은 한중일 3국으로 구분해 특정 키워드로 연결된 3명이 함께 등장하고 자리에 앉아 화합의 느낌을 줬는데, '보이즈 플래닛'은 국내 연습생 K그룹과 해외 연습생 G그룹으로 구분하고 자리를 양쪽으로 나눠 배치해 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양쪽으로 나뉜 K그룹과 G그룹은 반반치킨처럼 스타일이 극명하게 갈렸다. G그룹 연습생들은 형형색색에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반면, K그룹은 슈트 등 상대적으로 단정한 차림에 무채색 계열이었다. 연습생 본인들도 놀라워한 스타일의 차이는 향후 두 그룹의 대결 구도를 암시하는 듯했다.
스타 레벨 테스트는 K·G그룹 연습생들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데뷔 경쟁의 서막이다. 승리한 그룹에게는 하루 먼저 다음 테스트 곡이 공개되는 베네핏이 주어진다.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베네핏을 본 연습생들은 자신이 속한 그룹을 응원하는가 하면, 상대 그룹을 향한 귀여운 신경전을 펼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연습생들은 본인들 스스로 평가한 능력치 만큼 별을 붙이고 나왔고, 무대 후 마스터들의 평가에 따라 최고 올스타부터 노스타까지 등급이 정해졌다. 매우 불안정한 노래와 어설픈 춤 실력으로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을까 싶은 연습생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무대를 펼쳤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 내 K그룹과 G그룹 간의 대결, 댄스 마스터 립제이와 연습생 성한빈의 즉석 왁킹 배틀, 2PM의 '우리집'을 각각 선곡한 두 연습생의 어딘가 어설프지만 매력 있는 무대와 즉석 합동 공연 등이 첫 방송의 흥미 요소였다.
경쟁 구도를 전면에 배치하긴 했으나 이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도 깔았다. 성한빈(스튜디오 글라이드)과 석매튜(MNH엔터테인먼트)의 눈물 어린 우정기를 먼저 공개한 것이나 혹독한 트레이닝과 함께 성장 스토리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집' 콤비가 그 예다. '프로듀스' 시리즈 때부터 엠넷이 자주 해오던 방식이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건 펜타곤 멤버 후이다. 2016년 10월 활동을 시작해 데뷔 만 7년이 돼가는 그는 본명인 이회택으로 도전에 나섰고 그의 등장은 모든 연습생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후이는 다른 연습생이 이미 앉아 있는 1위 자리로 가서 폭발적인 라이브 노래 실력으로 그를 밀어내고 자리에 앉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습생들 중 한 조는 펜타곤이 2018년 4월 발표한 '빛나리'에 맞춰 무대를 펼쳤다. '빛나리'는 후이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펜타곤이 가장 빛났던 시절이다. 연습생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후이는 눈시울을 붉혔고, "펜타곤 무대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빛나리' 활동 때다. 원곡자로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후이가 레벨 테스트를 받는 모습으로 화면이 넘어갔는데 역시나 그의 무대는 다음 회차로 넘어갔다. 지난 '걸스플래닛' 때 1회와 판박이 같은 흐름이다.
당시 데뷔 7년 차였던 CLC 최유진은 등장과 함께 연습생들의 주목을 받았다. 레벨 테스트가 이어지던 중 중국인 연습생들은 CLC의 곡 'HELICOPTER(헬리콥터)'로 무대를 했고 이후 한 연습생이 최유진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곧바로 최유진이 테스트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과 함께 1회가 마무리됐다.
'걸스플래닛'이 최유진을 활용해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보이즈 플래닛' 역시 우리를 다음 회차를 보게 만드는 미끼로 사용했다. 뻔한 의도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숱하게 본 장면들로 채워진 '보이즈 플래닛'. 먹어 본 밥상이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꽤 재미있게 2시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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