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신원호 이진주 방글이 등 이른 바 '스타PD'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연이어 이적을 발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방송사에서 명절은 개편이나 파일럿 프로그램 편성 등을 통해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지는 만큼 스타PD들의 이적 후 방송가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방송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스타PD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줄줄이 이적했다. 과거에도 각 방송사의 간판 PD가 이적을 하곤 했으나 방송국 이동은 물론 디지털 및 OTT 콘텐츠로 제작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이적 러시'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근 나영석, 신원호, 이진주, 방글이 등 스타 PD들이 대거 적을 옮겼다.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을 연출해 성공 신화를 거둔 서혜진 PD가 TV조선에서 퇴사한 후 올해 초 독자적인 콘텐츠제작사를 차려 MBN '불타는 트롯맨'을 히트시키고 있는 만큼 스타PD들의 이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KBS 입사 동기 출신으로 각각 KBS에서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남자의 자격' PD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나영석, 신원호 PD는 올해 초까지 CJ ENM에 함께 있다가 이달 중순 CJ ENM 산하 콘텐츠 제작 레이블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했다.
에그이즈커밍은 나영석 PD의 '강식당' '삼시세끼', 신원호 PD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이들의 대표작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우정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제작사다. KBS 출신 이명한 티빙 전 공동대표 역시 사표 수리가 끝나 나영석, 신원호 PD와 함께 에그이즈커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나영석 신원호 PD의 이적은 두 스타 PD의 개인적인 콘텐츠 제작 의지보다는 CJ ENM이 더욱 집약된 킬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CJ ENM은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구창근 전 CJ올리브영 대표를 수장 자리에 앉히며 기존 9개 본부를 5개 본부 체제로 통합 및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CJ ENM 측은 "나영석 신원호 PD가 CJ ENM 산하 레이블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소속을 옮긴다"며 "CJ ENM 주요 프로그램들을 도맡아 제작해온 산하 레이블인 만큼, 앞으로도 협력해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이적 배경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CJ ENM 소속 PD로 활동하면서 티빙 연애 예능 '환승연애'를 연출한 이진주 PD는 JTBC로 이적했다. 특히 그가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등을 함께 하면서 '나영석 사단'으로 불렸고, 메인 연출을 맡은 '환승연애'가 시즌2까지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 JTBC 이적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1박2일' 시즌4와 '뮤직뱅크' 등을 연출했던 방글이 PD의 CJ ENM 계열 tvN 이적도 시선을 끈다. 방글이 PD가 새 둥지를 튼 tvN 측은 그가 맡을 새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명절이 지난 후 2월부터 출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스타 PD들의 '이적 러시'를 두고 과거와 달리 방송가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다만 뛰어난 제작 역량을 가진 PD들이 방송사를 이동하면 제작사나 제작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출발하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SBS 예능PD 출신 한 콘텐츠제작사 PD는 "미디어 환경이 제작자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있는 PD들이 이적을 하더라도 방송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만큼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제작자가 필요하고, 제작자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색깔을 더 드러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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