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02)] 하남석 '밤에 떠난 여인', 슬픈 겨울노래


나이트클럽서 친형 빈자리 대신 노래하다 실력 인정
기차역에서 요양차 떠나는 연인과 별리의 아픔 묘사

포크 팝 가수 하남석의 인생곡 밤에 떠난 여인은 가사에서 풍기듯이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다 74년 솔로 1집 밤에 떠난 여인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KBS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하남석(본명 김홍규)은 70년대 초까지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포크 팝 가수로 활동하다 74년 솔로 1집 '밤에 떠난 여인'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이 곡은 지금도 반세기 가까이 그의 인생곡으로 우뚝 서 있다.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 미소 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보았네/ 차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하남석 '밤에 떠난 여인' 가사 1절)

'밤에 떠난 여인'은 가사에서 풍기듯이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다. 추운 겨울 기차역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운 채 가슴 시린 이별에 눈물 짓는 남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남석은 부드러운 미성 보이스가 매력이다. 밤에 떠난 여인이 실린 그의 데뷔 앨범은 발매하자마자 타이틀곡 바람에 실려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데뷔 당시 음반에 실린 젊은 시절의 하남석. /앨범재킷

원래 작곡가 김성진이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스케치한 곡이었다. 결핵에 걸려 요양을 떠나는 여자 친구와 보낼 수 밖에 없는 연인의 심정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프게 묘사돼 있다. 이별의 고통은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며 더 춥게만 느껴진다.

팝 스타일의 잔잔한 리듬에 실린 이 곡은 이름없는 한 무명 포크 가수를 통해 폭발했다. 발매 2년만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개발산업화 시대 가슴이 공허한 젊은이들은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을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이 노래가 히트하면서 일약 인기반열에 오른 하남석은 젊은 남녀 가요팬들한테 가히 신적인 존재가 됐다. 작곡가 김성진은 '밤에 떠난 여인'을 포함해 하남석 데뷔 앨범에 실린 곡 중 절반 이상(6곡)을 직접 썼고 앨범 제작까지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지대 영문학과에 다녔던 하남석이 가수로 데뷔한 데는 친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가수였던 친형 하남궁(김영규)당시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뒤 이를 대신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 게 계기가 됐다. /KBS

명지대 영문학과에 다녔던 하남석이 가수로 데뷔한 데는 친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의 친형 하남궁(김영규)은 매트 먼로(Matt Monro)의 팝송 'Music Played'를 번안한 '음악이 흐르는데'로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다.

당시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형을 대신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가창력은 금방 입소문을 탔고, 서울 명동의 클럽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데뷔 해이기도 한 73년은 군복무를 막 마친 시기다. 김성진과도 이 시기에 만났다.

하남석은 부드러운 미성 보이스가 매력이다. '밤에 떠난 여인'이 실린 그의 데뷔 앨범은 발매하자마자 타이틀곡 '바람에 실려'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향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시발점이 된 하남석의 첫 창작곡 '잊지 않으리'도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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