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뮤지션 나얼은 가깝고도 멀다. 가창력의 대명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해 친숙한 듯 하지만 음악 말곤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팀과 솔로 가수로 발표한 명곡이 수두룩해 그의 음악은 익숙하지만 신곡은 늘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한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두 개의 프로젝트는 그래서 더 반갑다.
나얼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오직 음악이다. 그 흔한 방송 노출조차 전무하다시피해 떠올릴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다. 그리고 음악 그 자체만의 힘으로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20년 넘게 가장 기대를 모으는 뮤지션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건 그의 음악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는 의미다.
1999년 그룹 앤썸으로 데뷔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나얼은 2001년 윤건과 결성한 브라운아이즈로 다시 나왔다. 데뷔곡 '벌써 일년'(멜론 연간차트 1위)과 이듬해 '점점'(멜론 연간차트 2위)로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다소 낯선 장르였음에도 단 한 번의 방송 출연 없이 음악만으로 대중을 납득시켜버렸다.
나얼은 2003년 정엽, 영준, 성훈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을 결성해 또 한 번 성공을 거뒀고 지금까지 팀을 지속하고 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은 다른 멤버들을 비롯해 나얼도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귀로', '바람기억', '같은 시간 속의 너' 등 발표하는 앨범과 곡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2011년 11월부터 3년여간 KBS Cool FM '나얼의 음악세계' 진행을 맡은 것이 음악 외에 노출된 거의 전부였던 나얼은 그 세월 동안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에서 작사, 작곡, 엔지니어링, 레코딩까지 해내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 진화했다.
2021년 아이유의 정규 5집 'LILAC(라일락)'에 수록된 '봄 안녕 봄'을 작곡해 선물하고 MBC '놀면뭐하니?'에서 MSG워너비의 프로젝트 음원 '나를 아는 사람' 작곡을 맡으면서 방송에도 아주 잠시 모습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나얼은 멀고 먼 존재였다. 곡 발표도 2020년 12월 '서로를 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Ballad Pop City(발라드 팝 시티)'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말이 잘 어울리고 멜로디가 살아있는 발라드를 제작하겠다는 의도를 담아 자신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Ballad Pop City' 첫 번째 곡은 성시경이 가창한 '아픈 나를'로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이곡은 90년대 EP(일렉트릭 피아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만큼 옛 감성을 추억하게 만든다. 멜로디로 채운 전주만 18초에 이르는데, 극초반만 듣고 곡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나얼의 묵직함이 돋보인다.
보통 가수들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나얼 표 발라드'는 나얼과 대중의 접점이다. 나얼의 'Ballad Pop City'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반가운 나얼의 귀환이다.
성시경의 '아픈 나를'에 이어 태연이 참여한 두 번째 곡 녹음 및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났고 발매 시기를 조율 중이다. 그리고 나얼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얼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오는 12일 발매하는 트리플 싱글 'Soul Pop City(소울 팝 시티)'다. 나얼이 소개했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로 채운 조금은 매니악한 앨범으로 자신의 서브 레이블 na’mm’se Records를 알리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Soul Pop City'는 '서로를 위한 것' 이후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신보로 타이틀곡 'I Still Love You(아이 스틸 러브 유)'를 비롯해 싱글 타이틀과 동명의 인트로곡 'Soul Pop City', '1985' 총 3곡이 수록됐다. 나얼은 전곡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편곡을 비롯해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나얼은 앞으로 70년대부터 90년대 Soul, R&B 음악들을 na’mm’se Records를 통해 계속해서 발매할 계획이다. 대중과 거리좁히기에 나선 나얼의 2023년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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