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연시은은 친구들을 만나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한다. 공부뿐인 세상에서 연시은을 꺼내준 두 친구는 어쩌면 그에게 '약한영웅'일지도 모른다. 가수 겸 배우 박지훈 또한 '약한영웅'을 만났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게 각인된 박지훈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깨트린 '터닝포인트'가 됐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극본·연출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친구 안수호(최현욱 분)와 오범석(홍경 분)을 만나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 중 박지훈은 자발적 아웃사이더인 모범생 연시은 역을 맡았다.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고 늘 혼자였던 연시은은 안수호 오범석을 만나고 달라진다. 그렇게 그는 공부보다 중요한 존재인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액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 '약한영웅'은 다양한 군상과 친구들 사이 생기는 여러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이에 힘입어 작품은 웨이브 2022년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1위(2022년 12월 2주 차 기준)를 기록했다.
정말 '약한영웅'이 탄생한 셈이다. 사실 작품은 신예 감독과 배우들의 호흡으로 공개 전까지 큰 기대를 모으지는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입소문을 타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중 전반적으로 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작품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말 그대로 '반란'을 일으키며 웨이브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박지훈은 뜨거운 반응에 "감개무량하고 영광스럽다. 많은 분들이 나라는 사람을 알아준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특히 '귀여운 이미지에서 어떻게 변신했나'라는 내용의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그만큼 나도 집중해서 잘 찍었던 작품인 게 보인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단을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약한영웅'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탄탄한 팬층을 지닌 원작을 실사화하는 건 이를 연기하는 배우로서도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연애혁명' 등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주로 했던 박지훈 또한 이번 작품 역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담스럽고 무섭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은 기대감이 있다. 원작자와 그 팬분들이 좋아해 준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작품에 더 중요성을 두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작품성에 집중하며 중심을 잡은 박지훈은 곧바로 캐릭터 구축에 돌입했다.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박지훈은 연시은의 '외로움'에 공감했다. 그는 "워너원 해체 후 솔로로 활동할 때 대기실에 혼자 있거나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할 때 느꼈던 외로움이 시은이의 감정과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시은이와 실제 내 감정을 퍼즐처럼 하나하나 맞춰나갔다"고 말했다.
"모범생인 시은이가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비슷해요. 작품을 준비하며 지인들에게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어떨 것 같은지 물어봤어요. 다섯 명 중 세 명은 화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시은이도 마찬가지예요. 100점을 받고 상을 받는 게 당연한 일상인데, 그 일상이 누군가로 인해 차질이 생긴다면 충분히 화가 날 법하다고 이해가 됐죠. 저도 세워놓은 계획이 뒤틀리면 예민해지거든요.(웃음)"
왜소한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박지훈은 "워낙 통뼈인지라 화면 안에서는 넓게 보이더라. 일부러 근육을 최대한 뺐다. 살도 저절로 5kg 정도 빠졌다. 그럼에도 부족한 것 같아 후드집업을 계속 입어 통뼈는 최대한 감추고 왜소함을 부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연시은 특유의 '비대칭 자세' 또한 연구 끝에 만들어졌다. 박지훈은 "아무래도 앉아있고 굽어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세나 걸을 때 비대칭인 모습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제가 가진 무기는 '눈'이라고 생각해요. 눈을 통해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해 감사해요. 시은이 역시 대사가 많지 않은 캐릭터인지라 눈으로 최대한 많은 감정을 전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눈빛이 나오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회에 일그러진 저의 얼굴이 너무 좋았어요."
매 장면 최선을 다해 촬영했던 작품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박지훈의 마음에 든 장면이 있었다. 그는 "8회 마지막 장면 중 시은이가 범석이를 잡고 못 때리는 장면이 있다. 실제 대본에서는 때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나도 감독님도 안 때리는 편이 여운이 더 길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은이는 범석이도 수호처럼 함께하고 싶은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범석이를 변화시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범석이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도 친구라고 생각해 끝내 못 때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고구마 먹은 찝찝함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해요."
박지훈을 비롯한 최현욱, 홍경까지 세 친구가 중심이 되는 만큼 배우들의 호흡도 궁금했다. 연기 스타일도 실제 성격도 다른 세 사람이지만 호흡만큼은 너무 잘 맞았단다. 때문에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는 점이 의외였다. 이에 박지훈은 "회차가 거듭해질수록 친해졌다. 나 또한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었는데 왜 늦게 친해졌는지 의문이다. 다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초반에 어색한 분위기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잘 묻어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두 배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홍경 형은 선을 넘을 듯 안 넘는 '연기의 정석'이다. 종종 촬영 들어가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형을 볼 때마다 '연기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욱이는 '들판에서 뛰어노는 개' 같다.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 아이디어도 많다 보니 대사마다 자유도가 높았다.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다. 현장에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약한영웅'은 대중에게도 박지훈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됐다. 귀여운 외모로 '윙크남' '내 마음속에 저장'을 각인시켰던 박지훈이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증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필모그래피가 많진 않지만 그동안 캐릭터들을 연구할 때마다 더 배울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매번 새롭고 많은 걸 배워가요. '약한영웅' 역시 배운 게 너무나 많았던 작품이자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보는 분들에게 귀여운 이미지뿐만 아니라 때론 성숙하고 때론 나쁜 눈도 가졌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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