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탄생', 윤시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냉철한 비판의식이 아닌 따뜻한 이성에서 나오는 대안을 제시해야"

배우 윤시윤이 영화 탄생으로 8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민영화사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시트콤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고 차기작으로 '인생캐'까지 만났다. 하지만 배우 윤시윤은 이에 안주하지도, 자신을 가두지도 않았다. 늘 불러주는 자리에 맞춰 이미지 변신을 꾀한 그는 이제 '성인(聖人)의 얼굴'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윤시윤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으로 약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부터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지난 8일 <더팩트>와 만나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관객들에게 평가받는 건 배우의 숙명이죠. 오디션을 끝내고 서 있는 느낌이라 긴장이 많이 돼요. 하지만 함께했던 배우들과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작품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윤시윤 분)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다. 학구열 넘치는 모험가이자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였던 김대건의 개척자적인 면모와 함께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사제로 성장하고 순교하는 과정이 담긴다.

윤시윤은 김대건 신부로 분해 성인(聖人)의 얼굴을 완성했다. /민영화사 제공

이 가운데 윤시윤은 김대건 신부로 분해 실존 인물이 겪었던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냈다. 모든 것이 알고 싶었던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신부로 성장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종교물을 표현하고 종교인을 연기해야 했다면 부담스러워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세상에 관한 호기심과 사상, 이데올로기에 대한 꿈과 이상 등에 접근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이 가더라고요. 나라마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그 세상을 모험하는 영웅들 혹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김대건이란 인물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윤시윤은 라틴어부터 불어와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어색함 없이 소화해야 했다. 한 달 만에 40장의 분량을 외운 그는 외국어를 먼저 한국어로 연기하면서 감정을 찾았고 같은 단어는 같은 색으로 칠하며 시각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윤시윤은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걸 보고 작품으로서 김대건을 표현하는 걸 많이 기다렸구나 싶었죠"라고 회상했다.

"라틴어는 옛날 고대어였어요. 지금 라틴어를 구사하시는 분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죠. 외국어라는 압박을 줄이기 위해 한국어로 연기하면서 임팩트와 호흡을 찾았고 프랑스 연기자분한테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리고 강조해야 하는 건 글씨 크기를 키우고 색깔을 칠하면서 한글 공부하듯이 준비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좋은 뜻에 동참해주셔서 해낼 수 있었어요."

윤시윤은 냉철한 비판의식이 아닌 따뜻한 이성에서 나오는 대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민영화사 제공

'종교 영화'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지만 이를 한 꺼풀 벗겨내고 마주하면 신부 김대건이 아닌, 청년 김대건의 가슴 뜨거웠던 열정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도전과 모험은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이 중심에 선 윤시윤은 "저희는 현대인들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주는 작품은 아니에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희는 일반 영화가 아니에요. 위대한 종교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이건 감추거나 가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종교적 메시지나 스토리텔링도 없어요. 김대건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모험이나 그가 깨달은 바가 아닌 200년 전에 살았던 초기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청년이 김대건인 거죠. 이게 저희 영화의 상징성인 거 같아요."

1986년생인 윤시윤은 올해로 37세다. 배우로서 김대건 신부를 연기했지만 촬영하는 내내 김대건 신부로부터 꾸짖음을 받은 청년이기도 했다. 대안을 고려하기보다 세상을 향해 불평과 불만을 드러냈던 지난날을 되돌아본 그는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냉철한 비판의식이 아닌 따뜻한 이성에서 나오는 대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30대 중반이 넘었고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웠잖아요. 그런데 '비전은 누가 만들어 나가느냐'라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200년 전 한 청년은 본 적도 없는 바티칸 문화와 종이에 적힌 신앙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 현 상황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어요. 이게 바로 청년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닐까요. 저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이지 비판하는 사람은 아니죠."

'탄생'은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어떠한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에 151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안에서 드라마적인 흐름이나 상업적인 재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기 영화로서 의무를 다했고 윤시윤은 작품이 추후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역할을 해내길 바랐다.

"저희가 쓰이지 않은 분량이 2배 정도 돼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공개되는 것보다 김대건 신부에 관해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큰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공개되길 바라요."

윤시윤은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민영화사 제공

2009년 MBC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윤시윤은 차기작 KBS2 '제빵왕 김탁구'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데뷔와 동시에 유명세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들뜨지 않았고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종교적인 개념인데 사람을 창조하는 건 신의 영역이에요. 그렇기에 사람과 생명은 위대하죠. 그런 인간을 따라 할 수 있는 직업이 배우예요. 그런 점에서 자부심이 있어요. 윤시윤이라는 사람이 배우 윤시윤에게 먹칠하지 않았으면 하는 신념이 있어요. 요즘 불미스러운 일이 많은데 저도 사람인지라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제가 성공했다고 거만해져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또 너무 모자라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기도해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것 또한 축복이에요."

윤시윤은 지난 9월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현재로 분해 긴 호흡의 작품을 이끌었고 '탄생'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또한 지난 9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에 합류해 '열일'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윤시윤은 올해에만 세 개의 작품을 선보이며 불러주는 자리에 맞는 배우가 되겠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변치 않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1에서는 거의 카메오성으로 등장했는데 시즌 2에는 종이가 연애에 관심이 없는 강지구(정은지 분)를 어떻게 말랑말랑하게 만드는지 지켜봐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소위 말하는 '대사빨'이 대단해요. 작가님이 정말 재밌게 대본을 써주셨어요. 범상치 않을 정도로 너무 웃기고 재밌게 잘 쓰셨어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보실 거예요."

"저는 기회를 주시는 게 저의 자리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스스로 정의내릴 수 없어요. 높은 자리에 불러주시면 높은 거고 재밌는 역할로 불러주신다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거죠. 저는 그저 불러주시면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