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천원짜리 변호사'는 배우 남궁민의 다채로운 연기만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선배 못지않은 과감한 연기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입증한 배우도 있었다. 바로 김지은이다.
김지은은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극본 최수진, 연출 김재현)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변호사 천지훈(남궁민 분)이 수임료 천 원만 받고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돼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을 담았다. 극 중 김지은은 법조계 로열패밀리 출신으로 천지훈의 사보가 되는 백마리 역을 맡아 똑 부러지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줬다.
첫 회 시청률 8.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한 '천원짜리 변호사'는 3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하고 8회에 15%를 넘어섰다. 이후 여러 잡음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최종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2%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떠나보내는 만큼 김지은은 시원섭섭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하루빨리 촬영을 마쳐서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끝났다는 점에서는 시원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이것저것 해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높은 시청률이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다만 제가 봤을 때 너무 재밌다 보니 다른 많은 시청자들도 재밌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은 컸죠. 다행히도 다들 잘 봐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희가 코믹도 내세운 드라마인 만큼 좀 더 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에요. 예를 들어 천지훈 변호사가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지 말고 마리도 똑같이 마리로서 더 과감하게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어요.(웃음)"
당초 14회로 기획됐던 '천원짜리 변호사'는 조기 종영·축소 편성 논란 등을 겪으며 결국 12회로 매듭을 지었다. 배우로서도 당황스럽고 아쉬울 법한 상황. 이에 김지은은 "내부 논의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이유가 있었겠지 싶었다.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면서 임했다. 때문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전했다.
김지은은 백마리를 통해 톡톡 튀는 매력부터 다채로운 표정 연기 등을 보여주며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완성했다. 덕분에 본인에게 맞는 옷을 발견한 것 같다며 유독 찰떡같은 연기를 선보였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김지은은 "백마리의 에너지 넘치고 말 많고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다는 점이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외의 모습은 신경을 많이 썼다. 마리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친구이다 보니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거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채색보다는 컬러풀한 수트를 많이 입고, 단호한 말투 등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오버스러운 제스처나 표정들이 과하게 느껴진다는 불호의 의견도 존재했다. 이에 김지은은 '천원짜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오버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에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하자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 것보다는 오버스러운 모습이 마리다'고 하면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고 설명했다.
백마리로서 마음껏 표현했던 이번 경험은 김지은에게 '성장'의 과정이 됐다. 김지은은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이전보다 더 거침없이 표현했다. 말투나 의상, 제스처까지 과하다 싶은 정도로 많이 표현했는데, 이 부분이 사실 내게 필요한 것 중 하나였다. 지레 겁을 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겁 없이 도전해도 되는구나. 과하면 덜어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하면서 보다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은의 성장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닥터 프리즈너' '검은태양'까지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남궁민이다. 김지은은 '타인은 지옥이다' 이후 1년 반 가까이 쉬면서 힘들어하던 시기, '검은태양'의 오디션 기회를 잡으면서 반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의 숨은 공신은 남궁민이었다.
"1년 반 동안은 오디션을 봐도 떨어지고 잘 안됐어요. 계속 미끄러지다 보니 사람이 가진 에너지 자체가 어두워지더라고요. 이것저것 바꿔보고자 쉬면서 아르바이트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사실 생계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 아르바이트만 3개씩 했어요. 이대로는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향에 내려가서 잠시 쉬려고 했었는데 그때 딱 들어온 오디션이 '검은태양'이에요. 나중에 감독님이 말씀해주길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선배님이 '닥터프리즈너'에서 만난 단역이었던 저를 기억하고 추천해줬던 거였어요. 너무 큰 영광이고 감동이었죠."
남궁민은 김지은 외에도 열심히 하는데 잘 풀리지 않던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며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물론 '키다리 아저씨'가 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오롯이 후배의 몫이었다. 그리고 이를 당당히 해낸 김지은은 '검은 태양' 이후 연이어 주연으로 활약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주연으로 급부상한 만큼 부담감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지은은 "힘들었을 때에 비하면 행복한 부담이지 않나. 이것까지도 부정적인 의미의 부담감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배우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이면서도 단호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뭘 하고 싶어도 의지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의 힘듦을 여전히 기억한다. 좋은 기회로 인해 많은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부담감은 분명히 있지만, 이는 제가 얻은 기회를 생각하며 감수해 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지은은 '천원짜리 변호사'가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지 바람을 밝혔다. 그는 "의상도 인상 깊고 찬란했었기 때문에 내게는 다양한 컬러의 무지개 같은 작품이다. 그만큼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시청자들에게도 든든한 작품이 됐었길 바란다. 속상하거나 허탈한 마음 털어내고 때로는 웃기도 했으면 한다. 또한 천변이 든든한 지원자가 되는 걸 보면서 세상이 살아갈만 하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올 한 해 제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을 주고 싶어요. 자만하는 마음이 아니라 100점만큼 노력했다는 마음에, 올해도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에 100점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해서 100점을 주겠다고 말하는 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태해지고 싶지 않아요. 가끔은 서툴고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엉뚱한 데서 열심히 할지언정 그럼에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는 김지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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