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끊임 없이 선사하는 몰입도가 관객들을 탐정으로 만든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영화 내내 이야기를 주고 받는게 전부이지만, 대화 속 둘의 상상은 배우들의 명연기를 만나 영상으로 승화돼 각 인물의 양면을 소름돋게 비춘다. 김윤진의 신뢰도 높은 연기에 소지섭과 나나의 변신이 돋보인 '말맛' 영화 '자백'이다.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를 만나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소지섭이 의뢰인 민호, 변호사에 김윤진,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자 세희 역에 나나가 열연했다.
'자백'은 장르인 서스펜스 스릴러답게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 '범인 찾기'에 집중한다. 탐정이 된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단서를 던져주는 것을 더해 '만약 이랬다면'을 가정한 두 모습을 모두 보여주니 어떤 모습이 진실인지 탐구하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배우들은 가장 선한 얼굴부터 악한 얼굴까지 연기해야했으나 훌륭한 소화력으로 보는 맛을 살렸다.
소지섭과 나나가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상상 속 연기를 펼친다. 소지섭의 날카로운 눈빛은 스릴러 장르에서도 빛을 발했으며, 연기력에 물이 오른 나나의 흑과 백도 쓰임새가 좋다. 양신애 변호사 역의 김윤진과 의문의 남자 한영석을 연기한 최광일은 현실 속에서 몰입감 높은 존재감을 뽐낸다.
윤종석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했다. 원작인 스페인 영화 '인비지블 게스트'와 흐름은 유사하지만 결말이 다르고 한국적 정서를 가미해 궁금증을 더욱 끌어올려서다. 무엇보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큰 틀을 두고 CCTV 없는 산 속 도로, 인적이 드문 별장 등 폐쇄된 공간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분위기를 만든 게 좋은 수로 작용했다.
아쉬운 점은 영화가 만들어진 지 꽤 됐다는 정도다. '자백'은 2년 전에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제서야 극장에 걸린다. 그간 몰입도 높은 서스펜스극을 OTT나 여러 채널에서 접하면서 무뎌진 관객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을 지는 미지수다.
한편 '자백'은 26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105분,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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