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가 감금방에 갇혀 바라보는 TV 화면에는 민해경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미도(강혜정)가 오대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 부르는 노래도 민해경의 히트곡 '보고싶은 얼굴'이다.
가수 민해경의 본명은 '백미경'(白美瓊)이고 아명(兒名)은 '백해경'(白海瓊)이다. 1980년 18살의 나이로 서울가요제에서 '누구의 노래일까'라는 곡을 불렀고, 이듬해 이 곡을 정규 앨범으로 발표하며 정식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 해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여자부분신인상을 수상하고, 2년 뒤인 83년 제1회 미국LA세계가요제에서 '그대는 나그네'란 곡으로 그랑프리와 최우수가창상을 수상했다. 데뷔 당시 풋풋하고 감성적인 발라드 보이스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살아있다.
민해경은 80년대 이후 가요계를 휩쓴 히트곡 부자다.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82년) '내 인생은 나의 것'(83년) '사랑은 이제 그만'(86년)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88년)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바로 '보고 싶은 얼굴'이다.
'내사랑 어디 쯤에 있나 밤은 더 외로워만지고/ 눈으로 주고받던 말이 손으로 느껴지는데/ 수없이 많은 밤은 가고 마음은 그대 향해 있어/ 서글퍼 눈물이 흘러도 보고싶은 얼굴/ 메마른 가슴 끌어안고 정들은 사람 그리면서/ 혼자서 지새우는 밤에 보고싶은 사람'(민해경 '보고싶은 얼굴' 가사 1절)
이 곡은 90년 제10회 ABU국제가요제에 출전해 한국가수로는 최초로 대상인 최우수가수상을 수상한 노래다. 군더더기 없는 민해경의 깔끔한 음색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사에 대한 공감대다.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냈다.
굳이 현학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도 의미 전달에는 더 깊숙하게 와닿는다. 민해경이 지금도 간혹 TV나 대중 앞에 서면 갈채를 받는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MBC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에서 민해경은 최근 스타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왕눈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민해경은 62년 대구광역시 달서구 출생으로 서울 국악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가요계 데뷔 전 국악경연대회에서 고전무용으로 입상한 경력이 있다. 83년에 유흥주점 출입 문제로 잠시 방송 출연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댄스 팝 가수로서 자리매김하면서 골든디스크상 6회 수상(1986년터 1991년까지) 기록을 갖고 있다. 잠깐이지만 90년대 초 드라마에도 한번 출연한 적이 있고, 뮤지컬 '광개토대왕'에서는 말갈 공주 역으로 연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