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대중가요계가 최근 2~3년 간 트롯오디션의 폭발력을 거치며 지각변동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던 방송 프로그램의 선호도 역시 트로트 쪽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음악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트로트 가수가 한 두 명 끼지 않으면 시청률을 자신할 수 없을 만큼 판도가 크게 뒤바꼈습니다.
트로트 팬덤 문화도 크게 확장됐는데요. 장르의 특성상 팬층이 한층 두터워졌고, 팬심 역시 아이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단단해졌습니다. 트롯오디션을 거쳐 무한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라이징 스타들을 향한 팬심은 가히 신드롬급 수준입니다. 과거 몇몇 대중 인기가수에게만 국한된 소규모 '오빠부대'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죠.
팬들은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듣고 보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에만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죠. 일부 팬들 사이에는 '송가인은 반세기 만에, 임영웅은 100년 만에 나올까 말까한 가수'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팬덤 중심 시각이라도 이를 이해하려는 대중적 공감대가 생기는 건 팬심의 영향력 덕분입니다.
◆원조 공방 '감정의 골', SBS 출신 PD '서혜진 vs 김상배' 대리전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 건 다름아닌 트롯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2019년 첫 선을 보인 TV조선 '미스트롯'은 송가인이란 보석을 발굴했고, 1년 뒤엔 '미스터트롯'을 통해 임영웅을 탄생시켰습니다. 걸출한 뉴페이스 스타가 등장하면서 트로트 위상은 물론 방송 전반의 트렌드마저 바뀌었는데요. 이전까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죠.
더구나 트로트가 방송 편성에서 홀대받던 장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이후 트로트 오디션은 우후죽순 봇물 터지듯 번졌고, 종편채널은 물론 지상파까지 대중적 관심에 빠르게 호응했습니다.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론칭하면서 마찰과 갈등도 피하지 못했는데요. 이른바 '원조'를 둘러싼 종편끼리의 공방이었습니다.
TV조선이 지난해 MBN을 상대로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사랑의 콜센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MBN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고, 이후 양 사는 앙숙이 됐습니다. 유사한 방송 포맷을 두고 '복사판'(TV조선)과 '모방 NO'(MBN)라는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면서 방송사 간 제작진의 양심과 도덕 문제로 번져 감정의 골을 키웠죠.
◆'브랜드 싸움이냐 킬러 콘텐츠 싸움이냐'로 압축된 2라운드 공방
세상에 영원한 '내편 네편'은 없습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은 우군이 되고, 한 배를 탄 동지도 상황에 따라 등을 질 수 있습니다. TV조선과 MBN은 공교롭게도 하반기 예정된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 맞대결로 또 한번 공방을 벌이게 됐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연돼 방송가 안팎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방송사끼리 소송전을 불사했던 만큼 2라운드에서는 밀리면 자존심에 치명적 상처를 입는 형국이 됐습니다. 최근까지 MC와 패널, 레전드 가수들을 영입하느라 온통 혈안이 돼 있고, 그 기세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비칠 정도입니다. 본선에 앞서 MBN이 지난 추석에 남진을 앞세우자 TV조선은 이미자 특집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대결 양상은 '미스, 미스터트롯'을 대박 히트로 이끈 서혜진 PD(크레아스튜디오 대표)가 TV조선을 떠나 MBN과 손잡으면서 예고됐는데요. 알고보면 TV조선의 위상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 서혜진의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진영이 바뀌어 '브랜드 싸움이냐 킬러 콘텐츠 싸움이냐'로 압축된 2라운드 공방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