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믹 정극 액션 멜로 가리지 않는다. 모두 류승룡만의 연기 색깔로 기품 있는 특유의 멋을 낸다.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코믹과 멜로가 가미됐지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신이 많다. 때로는 익살스러운, 때로는 눈물나도록 슬픈 표정과 목소리로 사람이 만든 몸짓을 연주한다.
류승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큰 것을 얻었다"고 답했다. 인생에 대한 시선이 바꼈다고 해야할까.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인생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덧붙였다.
착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스크린 밖으로 비춰진 그의 연기들이 워낙 해학적이며 무게감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인생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에 대해 '인생쯤이야'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에서다. 50대를 넘긴 명배우 류승룡이지만 그도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자, 한 가정의 가장, 연기를 해야하는 배우로서 고통에 수반된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류승룡은 수많은 흥행작 속 자신이 맡았던 배역들처럼 밝게 웃었다. 눈빛과 말투, 특유의 듬성듬성 자란 흰 턱수염이 시선을 끌었다. 그를 대면 인터뷰로 만난 건 처음이었지만 타고난 말솜씨와 풍부한 표현력 덕에 질문보다 경청이 필요했다. 인생이 종주라면 그 지점들이 하나하나 아름답게 다가온다는 그의 말을 빌려 그 날의 지점을 기억했다.
-제작보고회를 한 지 2년 여만에 개봉하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오히려 11월 쯤에 개봉하려했다가 더 땡겨진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여쭤보고 싶다. 저는 4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르더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정아씨(염정아)는 볼 때마다 울었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제 젊은 시절 연기가 머리만 길고 얼굴은 그대로라서 오그라드는 것도 있고 약간 웃기게만 보이다가도 나중에는 전체 신이 보이면서 다른 의미들이 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잘 찍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래와 춤이 인상적이다. 장르가 한국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던 뮤지컬 영화인만큼 고충도 있었을 것 같은데.
뮤지컬 장르는 친절하고 짜릿하고 설렜다. 만약 클래식 뮤지컬이라면 제가 도전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능적인 부분들이 있겠지만 기존에 있던 친숙하고 많이 알려진 가요가 대사가 됐기 때문에 재밌었다.
노래는 녹음까지 하면 1년 정도 연습한 것 같다. 아아아아아 이런 것부터 트레이닝도 받았다. 데카토나 성악 뮤지컬 창법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중가요처럼 부르면 안됐다. 대사를 화성악에 얻는 위주로 연습을 많이했고 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모습이나 군무 이런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다양한 노래들이 흘러 나온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노래에 대한 감정이 바꼈거나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면.
극 초반에 사무장님과 부르는 이문세님의 '알수 없는 인생'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달까. '인생이 뭐죠?' 하면서 구슬프게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아는 경쾌한 템포의 노래와는 다른 분위기라 색다르게 들렸다.
개인적으로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 이문세님의 '애수'라는 숨은 명곡도 발견했다. '인생을 아름다워'에서 부른 노래들이 대부분 대중가요에 친숙한 노래지만 '애수'는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흥얼거리게 되더라. 가장 좋았던 노래는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라고 잔망스럽게 대사처럼 불렀던 김광진 '편지'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원래 들국화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식 임재범 이런 분들의 노래를 좋아했다. 여성 분들이 제발 안불렀으면 하는 노래들 있잖나. (웃음)그런 노래들을 좋아했다.
-어찌보면 매우 슬픈 이야기이지만 류승룡표 코미디가 요소요소에 들어 있어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극한직업' 때 코믹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한데 특유의 코믹 연기 비결이 궁금하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극한직업')두 작품 작가(배세영)가 같긴 하다. 그런 쪽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 글을 너무 잘 쓰고 물론 고민을 하겠지만 너무나 완벽한 뼈대가 있다. 시치미 뚝 떼는 코미디 연기를 하면 저희 가족들이 충청도 출신이라 엄청 웃는다.
비결이라면 장진 감독님과 코미디를 한 10개 정도 했고, 난타 공연을 한 5년 간 하면서 다양한 코미디 연기가 벤 것 같다. 난타를 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닐 때는 나라별로 그 나라의 분위기에 따라서 웃음포인트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그런 것들이 자양분이 돼서 곶감 빼먹듯이 상황에 맞춰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것 같다.
-'인생을 아름다워'를 통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큰 것을 얻었다. 가장 귀중한 것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게 되게 어렵지 않나.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고 있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 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계기가 됐다.
제 아내에 대한 마음 같은 것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시 느꼈다. 없다고 생각하니까 무섭더라. 그래서 걱정했던 것들이 해결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배우로서 워낙 많은 것을 이뤘지만 류승룡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 같다. 또 극 중 버킷리스트를 찾아 나서는 세연(염정아 분)과 같은 상황이 오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지.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사는 것이다. 예전에는 버킷리스트를 생각한 적 있다. 결국에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다.
만약 세연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큰 애가 고2이니 수능 끝나고 합격자 발표나기 전에 가족 넷이서 오로라를 보러가고 싶다. 아이슬란드나 캐나다나 또 반구가 다 별인 곳있지 않나. 대자연을 보고 싶다. 로키산맥도 좋다. 근데 그럴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는 너무 많아서 말도 못한다. (웃음)
-류승룡의 인생은 아름다웠나
좌충우돌, 시행착오, 미숙한 점, 배우는 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등산이 밑에서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게 등산이라고 하더라. 위에서 끝나면 실종이지 않나.
얼마 전에 몽골 트래킹을 다녀 왔다. 봉우리를 넘고넘어 숙소까지 가는 과정. 그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평탄하지 만은 않다. 인생이 종주라고 생각하니까 사이사이 지점들이 하나하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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