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유아인'] 불완전한 청춘이 지닌 강인함


'서울대작전' 동욱 役 맡아 새로운 도전 펼쳐

배우 유아인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 빵구팸의 리더 동욱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여러분들이 보는 지금 이 '이상함'이 '나다움'이죠".

한 취재진이 '유아인에게 나다움이란?'이라고 묻자 유아인은 이렇게 답했다. 첫 번째 순서였다면 '그럴듯한' 답변 정도였겠지만, 1시간가량 인터뷰가 진행된 후 마지막 답변이었기에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기사를 읽고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온다면 누구든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노트북 화면 너머로 만난 유아인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과 세팅되지 않은 머리, 투명 뿔테 안경 등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자세와 대답할 때의 표정과 손짓 등은 시시각각 변하며 마치 작품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 가운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은 지나치게 솔직한 답변으로 이어져 당황스러움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피하고 싶을 법한 질문도 그냥 넘기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힌 유아인이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고 솔직했으며, 전형적이지 않은 인터뷰였다. 1시간으로 배우 유아인과 사람 엄홍식을 다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봐왔던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유아인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면서 인간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유아인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에서 일명 상계동 슈프림팀이라 불리는 '빵구팸'의 리더이자 최강의 드리프터 동욱 역을 맡아 거침없는 질주를 펼쳤다. 작품은 1988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앞서 문 감독은 유아인을 "캐스팅 0순위"라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전해 들은 그는 "이런 이야기 지겨워 죽겠어"라고 웃어 보이는가 하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솔직하게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가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는 바로 체력의 한계와 '배우 유아인'이라는 타이틀로부터 오는 책임감과 주저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택한 유아인은 "새로운 시도나 도전하면서 인간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주저함이 생겼죠. 어마어마한 새로운 시도들이 효과적으로 보이고,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고민의 시간이 길었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렇기에 완성본을 보기까지도 걱정이 많았던 유아인이다. 그는 '서울대작전'을 "한국에서는 많이 접하지 못했던 스타일이자 새로운 특성을 가진 오락영화"라고 정의하며 작품이 가진 의미를 되새겼다.

"돌이켜보니까 본격 상업 오락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았고, 예산이 100억을 넘는 작품도 해본 적 없더라고요. 생소하다 보니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 긴장됐어요. 부정한 세력들에 대한 비판의식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작품에서 한 겹을 까보면 사회 비판의식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비판적이고 날선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감각을 선사할 수 있겠다 싶었죠. 개인적으로 한 방 날리는 걸 좋아해요. 작품적으로 그런 순간을 가져갈 수 있어서 시원했어요."

유아인은 나라는 것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힙한 태도라고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스타일도 유아인이 걸치면 '힙' 그 자체가 됐다. 1986년생인 그는 작품의 배경인 1988년에 3살이었지만, 마치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이에 유아인은 "사실 힙하다는 말을 먼저 사용한 곳에서는 부정적인 말로 써요. 저는 어떤 유행을 좇아가기보다는 시도할 때는 촌스럽고 유치할 수 있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나라는 것'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힙한 태도라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이 추구하는 '멋'의 의미를 되짚었다.

'서울대작전에 등장하는 올드카와 그 시대 음악은 뉴트로(뉴+레트로)와 '힙'의 끝을 내달리며 시각적·청각적 흥미를 충족시켰다. 또한 전두환 비자금 사건과 1980년대 최대 금융사기로 꼽히는 이철희·장영자 사건을 다루며 부정한 기성세대를 향한 젊은 세대의 통쾌한 한 방으로 묵직함을 더했다. 하지만 도전과 시도에 치중되다 보니 캐릭터들의 서사가 탄탄하지 못했고, 시각적인 임팩트에만 집중한 엔딩은 자연스럽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은 늘 호불호가 갈린다. '서울대작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품을 본 대중들은 온라인상에서 솔직하고 꾸밈없는 감상평을 공유했고, 이에 유아인은 "혹평에 대해서는 피하라는 게 주변 분들의 입장이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무분별한 비난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온라인 광장의 풍토를 보면 시끄러운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힘을 얻어요. 비평보단 비난이 유행하는 시대죠. 이게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국은 우리를 성장시킬 거예요. 하지만 이게 전부도 아니죠. 저는 온라인 광장에 참여하는 대중보다 하지 않는 대중이 절대다수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지금 유행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죠. 그래야 성장할 수 있어요. 대중들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여러 작품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존중 안에서 만들어져야 그 수준도 성장할 수 있어요."

유아인은 청춘의 아이콘에 대해 좋지만, 부담스러운 수식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그런가 하면 이날 유아인은 인터뷰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엄홍식님의 싸이월드가 복구됐다'는 글과 함께 과거 사진과 다이어리를 올려 관심을 모았다. 누군가에게는 혼자서 봐도 부끄러운 '흑역사'일 수 있지만, 유아인은 거리낌 없이 대중들과 공유했다. 이 또한 유아인다웠다.

"저는 공유를 잘해요. 어떤 표현도 스스로 지워본 적이 없죠. 이게 논란이 됐던, 이불킥을 하던 말이에요. 성장 과정이기도 하고, 노출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하고요. 한 번쯤 올리고 싶었어요. 20대 초반의 유아인이 지금의 유아인에게, 엄홍식에게 주는 경각심이에요. '너 솔직해야 해. 똑바로 살아'라고 말이에요."

영화 '완득이' '베테랑' '사도' '버닝', 드라마 '밀회' '육룡이 나르샤'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한 유아인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오가며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됐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던 그는 그로 인한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뚝심 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자유분방함과 확고한 자신의 신념, 이 사이에서 마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유아인은 자연스럽게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그는 "고전적인 의식, 그 이상으로 청춘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램을 드러냈다.

"어떤 아이콘이 된다는 게 기분이 좋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많은 분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존재니까요. 이제는 이런 무게를 나눠서 짊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동료 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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