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박수홍의 눈물, 가족이 등지면 남만 못하다?


'돈독한 우애' 자랑해온 형과 금전문제 분쟁 끝에 '구속' 결말

박수홍은 아들만 셋인 집안의 3형제 중 둘째다. 3홍으로 불리며 방송가에 소문날만큼 형제간 우애가 돈독했다. 이런 콘크리드 우애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형과 돈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친형 부부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죄 짓는 것 같았다. 내가 형과 형수를 의심한다면 죽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부정당하는 순간에 주체가 안 됐다."(박수홍, 지난해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 언급)

박수홍은 아들만 셋을 둔 집안의 둘째입니다. 3형제 중 형은 박수홍이 데뷔한 이후 줄곧 매니저로 활동하며 그와 손발을 맞춰왔고 막내인 동생은 '감자'라는 예능작가집단의 공동대표로 활약하며 '양심냉장고' '느낌표'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름 끝 돌림자가 모두 '홍'이어서 '3홍'으로 불리며, 방송가에 소문이 날 만큼 형제 간 우애가 돈독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우애'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형과 돈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입니다. 이 싸움이 있기 전까지 박수홍은 30년이란 긴 방송활동 중 추문은 커녕 사소한 열애설 한 번 없는 깨끗한 이미지였습니다. 1991년 KBS 1회 대학개그제 출신으로, 김국진 김용만 등 데뷔 당시 함께 출발한 동기들이 '이런저런 일'로 부침을 겪을 때도 그는 사소한 잡음 하나 없이 평탄했습니다.

지난해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박수홍은 인터뷰 때마다 결혼관이 조금씩 달랐다. 한때는 독신을 고수하는듯한 입장을 보이다가 나중엔 가정을 갖고 싶은 강한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더팩트 DB

◆ 과거 "좋은 여자 만나서 예쁜 딸 낳고 싶다"던 박수홍의 '결혼관'

형제 간의 '다툼'은 얼마든지 가족끼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고, 대중의 시선에서 보면 지엽적일 수도 있습니다. 꼬인 매듭은 양보하고 이해하면 풀리게 마련입니다. 알려진 대로 형제들 간 돈독한 우애가 부러움을 살 만큼 깊었고, 이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게 오히려 의외일 정도인데요. 다툼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눈여겨볼 대목은 있습니다. 바로 달라진 결혼관입니다.

필자는 대중문화기자로 박수홍이 스무살 갓 데뷔시절부터 30여년 째 가까이서 지켜봐왔는데요. 그는 인터뷰 때마다 결혼관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한때는 독신을 고수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다가 나중엔 가정을 갖고 싶은 강한 소망을 내비칩니다. 결혼 1년 전 쯤 인터뷰에서 박수홍은 '결혼 안 하나 못 하나? 혹시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나?'란 필자의 직격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주변 가까운 분들 중엔 제가 가장 먼저 가정을 꾸릴 줄 알았다고들 해요. 어떤 분들은 '어디 숨겨놓은 여자와 아이라도 있느냐'고 물어요. 솔직히 말하죠. 지금이라도 좋은 여자 만나서 예쁜 딸 낳고 싶어요. 가장 편하고 부담없는 배필 만나 안정된 보금자리 꾸리는 게 꿈입니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정작 저한테는 2세를 만들 인연이 닿질 않네요."(박수홍, 결혼 전 인터뷰)

박수홍과 1년 5개월째 금전문제로 다툼을 벌여온 친형(사진 왼쪽)이 최근 구속됐다. 박수홍과 가깝게 지내온 선후배 동료들은 가족끼리 맞딱뜨린 이런 처지를 더 안타가워하고 있다. 사진은 친형 부부와 어머니 지인숙씨(가운데 원안).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피하지 못한 형제 간 다툼, 가족이라도 신뢰 무너지면 한순간 '끝'

박수홍과 1년 5개월째 금전문제로 다툼을 벌여온 친형이 최근 구속됐습니다. 박수홍이 방송활동 중 벌어들인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가 핵심인데요. 지난해 3월 박수홍의 유튜브 채널에 "형과 형수가 각종 계약금, 출연료 등을 횡령해왔다"는 글이 게시된 게 발단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믿었던 형에 대한 불신감의 골이 깊어지면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 거죠.

힘들고 어려울 때 자기편이 돼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고 가족입니다. 또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상 형제란 '네것 내것'을 가르지 않는 게 통례입니다. 결혼 전까지는 같은 울타리 안에 공동으로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이 사건은 신뢰가 무너지면 가족이라도 한순간 끝날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교훈이 됐는데요. '가족이 등지면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