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대한민국의 연기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쳐 전 세계를 겨냥한다. 세계적인 '숨보명'이 되기를 바라는 '수리남'이 추석을 앞두고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 윤종빈)의 제작발표회가 7일 오전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이 참석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았다.
사실 '수리남'이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된 건 아니었다. 윤 감독은 "처음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흥미를 느꼈다. 이후 2시간 분량의 대본이 나왔을 때는 내가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들이 많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안에 담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다. 마침 넷플릭스랑 작업을 하게 대 아쉬웠던 부분을 시리즈물로 펼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스팅은 윤 감독이 꼽았던 0순위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그는 "17년 전 첫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 때 황정민 선배가 참석했다. 그때 '언젠가 꼭 같이 하자'고 말씀해줬는데, 그 이야기가 오랜 시간이 흘러 실현돼 뭉클했다. 또한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과는 첫 작업이다. 좋아했고 궁금했던 배우들인데 이렇게 흔쾌히 출연해줘서 굉장히 행복했다.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모든 순간이 황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배우들끼리도 서로 호흡을 맞추고 막강한 조합이 완성한 데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하정우는 "대학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정민 형을 만났고, 그때부터 정말 많이 챙겨줬다. 나 또한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 때부터 (황정민) 형과 작업하는 걸 꿈꿔왔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작업하는 내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뭘 꿈까지 꾸냐"며 민망해했지만, 배우들의 황정민 칭송은 계속됐다. 유연석은 "난 2003년 '올드보이' 때부터 선배님과 함께하는 걸 꿈꿨다. 군대에서도 선배님 작품을 상영해 줬는데, 그때도 제대하면 꼭 선배님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다짐했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난 공연을 먼저 했다 보니 1900년대 때부터 꿈꿔왔다. 97년도부터 선배님과 한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조우진은 "조우진 "난 지금도 계속해서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하정우는 희대의 사기꾼인 마약상에게 뒤통수를 맞는 수완 좋은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작품은 하정우가 직접 윤종빈 감독에게 제안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수리남'이 주는 매력을 크게 느꼈단다. 하정우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든 작품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제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언젠가는 꼭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 과정은 다소 고단했다. 이에 하정우는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로케 일정 마지막 날을 꼽았다. 그는 "유난히 길었고, 제주도, 전주, 지방 끝, 자연 친화적인 동네 등 유난히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던 현장이었다. 마지막 정점은 도미니카공화국이었는데, 두 달간의 여정을 마치고 그곳에서 탈출하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고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수리남의 실세인 마약 대부 전요환은 황정민이 연기한다. 그는 인자한 목사와 간악한 마약상을 오가며 강인구를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자신의 캐릭터를 "목사라는 허울을 둔 마약왕"이라며 "그냥 인간쓰레기"라고 적나라하게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박해수는 국제 무역상 구상만으로 정체를 숨긴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았다. 최창호는 전요환 검거에 모든 것을 건 국정원 요원이다. 이에 박해수는 "최창호는 한 민간인을 위험한 현장에 보낼 정도로 전요환 목사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집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해수는 구상만과 최창호 두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구상만 때는 내가 갖고 있는 장난스러운 부분들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최창호보다는 구상만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재밌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첸진(장첸 분)의 조직을 배신하고 전요환의 심복이 된 변기태로 분한다. 말과 행동 모두 잔인하기 이를 데 없으나 전요환에게만은 절대 충성하는 인물이다.
마약 조직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는 데이빗 박 역에는 유연석이 캐스팅됐다. 그는 사기꾼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신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데이빗 박을 매력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마약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던 만큼 '수리남'만의 매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윤 감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만 축약하자면, 일단 지금까지 민간인이 어떤 정보기관 작전에 투입된 작품은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다. 전문적이지 않고 훈련받은 인물은 아니지만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또 목사라는 신분을 위장한 마약상이 신도들을 거느리며 나쁜 행동을 한다는 것도 일종의 차별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수리남'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에 배우들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이 나오길 바라는지 밝혔다. 먼저 유연석은 "최근 태풍 등 속상한 일들이 있지 않았나. 오랜만에 가족들 다 모여서 저희 드라마 보면서 마피아게임과 같은 장면들을 즐기며 재밌는 한가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당연히 폭발적인 반응이 왔으면 좋겠다"면서도 "가족들이 같이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알아서 따로 집에서 혼자 밤에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봤으면 한다. 외국인들은 가족들과 함께 봐도 될 것 같다"고 솔직한 평가를 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조우진은 '숨보명(숨어서 보는 명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특색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반전도 있고 소재의 특별성도 있으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의 '숨보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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