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대박' 종영, SBS는 왜 무릎치고 후회했나? [TF비하인드]


SBS, 제작사와 6개월 가량 편성여부 두고 저울질하다 놓쳐

박은빈은 우영우에서의 빛나는 열연으로 특급스타로 우뚝 올라섰다. SBS는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와 편성 여부를 놓고 무려 6개월 이상 만지작거리다, KT스튜디오 지니가 끼어들며 결국 기회를 놓쳤다. /ENA 제공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장윤정이 불러 '20대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어머나'는 원래 계은숙이 부르기로 돼 있던 노래다. 계은숙이 데모테이프를 들어본 뒤 맘에 들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고, 주현미도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부분의 가삿말이 어색하다며 거절했다. 다시 김혜연을 거쳐 송대관 등 5명에게 더 퇴짜를 맞았다.

이리 돌고 저리 돌다 '강변가요제' 출신의 20대 무명가수 장윤정에게 갔다. 장윤정 역시 소속사의 일방적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부르기로 했지만 속상해서 사흘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얘기는 장윤정을 둘러싼 가요계의 유명한 일화가 됐지만, 알고 보면 이 노래가 바로 그를 대스타로 만들어준 기폭제였다.

'대박히트'의 매력은 사전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최종회 시청률 17.534%(닐슨코리아)를 찍으며 신드롬급 인기를 모은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원래 SBS에서 방영될 뻔했다.

SBS는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와 편성 여부를 놓고 무려 6개월 이상 만지작거리다, KT스튜디오 지니가 끼어들며 결국 기회를 놓쳤다. 애초 드라마 히트 가능성이 낮다고 잘못 판단해 편당 제작비를 턱없이 낮게 저울질한 때문이다.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국 출신의 한 외주제작사 PD는 23일 오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누가 봐도 히트하기 힘든 스토리였고, 설령 SBS가 아니라도 드라마 관계자라면 정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인공 박은빈을 비롯해 대다수 출연자들의 개런티는 높게 책정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광고 수익도 크게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SBS가 편당 제작비를 평균 이하로 내려잡았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엿다.

우영우는 첫회 0.948%로 시작해 5.19%→13.093%→15.780%, 그리고 마지막회 17.534%로 승승장구한다. 우영우의 화려한 비상에 SBS가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ENA 제공

그 사이 파트너는 편당 1억을 올려 제안한 KT스튜디오 지니로 바뀌었고, '우영우'는 첫회 0.948%로 시작해 5.19%→13.093%→15.780%, 그리고 마지막회 17.534%로 승승장구한다. 종합 시청률 순위도 첫회 32위에서 불과 4회만에 1위로 급상승했다.

'우영우'의 화려한 비상에 SBS가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성공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런 대박 히트는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SBS는 지난 3월 '우영우' 제작 및 방영 검토를 했다가 촬영 지연으로 포기한 일이 있고, 이 같은 사실은 실제 이 드라마의 단역 출연 채용공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SBS보다 먼저 이 드라마 편성을 논의한 곳은 넷플릭스다. 이후 넷플릭스는 KT와 진행과정(ENA와 동시 방영 플랫폼)에서 프리바이 형태로 계약을 맺었고, 결과적으로는 '우영우'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게 안정적인 공급망 역할을 해준 셈이 됐다.

'우영우'는 이른바 대박을 친 드라마로, 방송가에 채널 브랜드보다는 콘텐츠가 우선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작품으로 남았다. '우영우' 히트 덕분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ENA 채널은 전국민이 아는 인기 드라마 채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도 '우영우'의 인기와 함께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우영우'가 첫 방송된 6월 29일부터 주가가 약 2주 만에 2배 넘게 치솟으며 크게 관심을 모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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