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원세나 기자] 성평등에 가장 앞장섰던 올해의 영화, 드라마는 무엇일까?
한국영화의 성평등과 다양성을 응원하는 '벡델데이 2022'가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벡델데이 2022'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중심에 있었던 지난 2회와 달리 3회를 맞는 올해는 처음으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벡델데이는 한국영화계의 성평등 인식 제고와 작품 내의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2020년부터 양성평등주간(매년 9월 첫째 주)에 맞춰 열리고 있다.
벡델데이의 시작점이 된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하며, 대화 내용이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으로 영화 내 성평등을 가늠하는 척도로 오늘날까지 활용되고 있다.
벡델데이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사 첫해에 주요 스태프의 여성 참여 여부, 여성이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재현 지양 등 현시대를 고려한 네 가지 항목을 더한 '벡델 테스트 7'을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매해 '벡델초이스10'을 선정해오고 있다.
올해의 '벡델초이스10'은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개봉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관객들이 벡델초이스10 선정작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다. 작품은 오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3일간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무료 상영되며, 영화 상영과 함께 감독과의 대화 역시 영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올해의 '벡델초이스10' 선정작은 '갈매기'(감독 김미조) '경아의 딸'(감독 김정은) '십개월의 미래'(감독 남궁선) '앵커'(감독 정지연)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 '오마주'(감독 신수원) '윤시내가 사라졌다'(감독 김진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등이다.
'벡델초이스10' 상영에 이어 9월 3일에는 한국영화 성평등에 기여한 감독, 작가, 제작자, 배우 각 1인을 '벡델리안'으로 선정해 시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이날에는 이들 네 명의 벡델리안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인 '라운드테이블'도 함께 마련된다.
'벡델데이 2022'는 최초로 관심의 영역을 영화뿐만이 아닌 시리즈 부문으로 확대해 영화 부문과 별도로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5'와 '벡델리안'을 선정했다. 글로벌 OTT의 부상과 함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한국 드라마 시리즈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K-콘텐츠 전반에 성평등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신설된 부문이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성취를 보인 '벡델초이스5' 선정작은 '구경이'(감독 이정흠) '서른, 아홉'(감독 김상호) '술꾼도시여자들'(감독 김정식) '옷소매 붉은 끝동'(감독 정지인, 송연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감독 윤성호) 등이다.
성평등에 기여한 올해의 '벡델리안'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감독, 드라마 '서른, 아홉' 의 유영아 작가, '구경이'의 배우 이영애, '보건교사 안은영', '구경이' 등의 제작자 박성혜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벡델데이가 발표한 선정작들은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작품들이다. 주제나 내용 측면에서 성평등 묘사를 보여준 작품이나 여성 캐릭터 혹은 창작자의 활약이 돋보였던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벡델데이 2022의 슬로건은 'TURN ON THE FUTURE(턴 온 더 퓨쳐)'다. 성평등과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콘텐츠만이 한국영화를 비롯한 K-콘텐츠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벡델데이의 관점이 미래를 향한 빛을 밝히는 시각이 될 것이란 의미를 담았다.
각 분야를 막론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했고 주요 콘텐츠 속 '성평등 지수'를 따져보는 이들도 늘었다.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의지, 성평등한 캐릭터 구현과 주제의식, 그리고 창작자 고용에 있어 성별 균형을 맞추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들을 찾아내는 벡델데이 측의 꾸준한 노력이 값진 시대다.
바로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K-콘텐츠의 성과를 조명하고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발 더 나아가 '벡델초이스10' '벡델초이스5' 선정과 상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다시 회자되고 재평가받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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